변나영 충북음성가정성폭력통합상담소장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2차 피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당수의 피해자들은 직장에서 학교에서 때론 피해자를 지원하는 관계 기관에서 조차 다양한 형태의 2차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피해자를 향한 주변인들의 따가운 시선과 소문, 따돌림,폭언,업무상 고용상 불이익을 경험하기도 하며 피해자다움요구로 피해자들은 1차적인 피해에 더해 또 다시 2차 고통을 겪는다.

더욱이 무고나 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성폭력 2차 피해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4년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폭력특별법)을 제정하며 성폭력 관련 법 체계를 갖추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차 피해는 여전히 피해자를 위축시키고 때론 침묵과 깊은 절망의 나락에 빠지게 한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의를 구하지않고 동영상을 촬영한 것은 맞지만 당시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고 피해자가 제지하지 않았고 영상을 유포하지는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 성폭력을 당할것이 두려웠다면 신고를 하거나 어떻게하든 그곳을 빠져나왔어야지 울고만 있었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며 불기소한 검찰, 미성년 지적 장애 피해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인 남성에게 자연스러운 스킨쉽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호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고 사건 자체를 의심하며 오히려 가해자의 삶을 걱정하는 등 2차 피해를 준 경찰, 피해자의 얼굴에 초점을 맞춰 이를 확대, 강조하여 피해자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 언론.방송 보도 이처럼 2차 피해는 수사.재판.보호.진료.언론보도 등 사건 처리 및 회복의 전 과정에서 입는 정신적.신체적.경제적 피해도 포함한다.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 피해를 이유로 비난받거나 사회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를 침해받아서는 안된다. 2018년 여성폭력방지법은 여성폭력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여성폭력방지정책의 종합적.체계적 추진을 위한 기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개인의 존엄과 인권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동법 제14조에는 피해자 권리를 다음 세 가지로 명시하고 있다. (1)폭력 피해로부터 구제,보호,회복 및 자립.자활을 위한 지원을 받을 권리 (2)성별,연령,장애,이주 배경 등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받을 권리 (3) 2차 피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이다.

이처럼 피해자의 주된 권리 중 하나로 2차 피해 문제를 명시한 것은 피해자가 실제로 겪고 있는 2차 피해의 심각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성희롱.성폭력.스토킹 범죄의 수법이 갈수록 다양하고 지능화되면서 피해자의 고통은 극심해지고 2차 피해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우리 사회는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야한다.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관계 기관과 연계,협력하여 피해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우리 안에 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통념은 없는지 나부터 돌아보고 성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2018년 미투운동에서 수 많은 피해자들과 지원자,시민들이 외쳤던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라는 구호는 피해자가 더 이상 침묵하거나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피해를 알리고 가해자에 대한 공정하고 엄중한 처벌이 상식이 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시대적 변화의 외침이었다. 많은 이들의 큰 목소리도 결국은 한 명의 목소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는 조금씩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부정의에 맞서는 투쟁은 혼자서 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께 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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