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물결 넘실대는 들녘만큼이나 모든 이들의 마음 또한 넉넉했으면 좋겠다. 들판을 내려다보고 열매를 맺는다는 도토리는 전국의 산야를 누벼 봐도 보기 어려운데, 참나무를 보고 일년 농사를 가늠했던 옛 사람들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다.

멀리 전라북도 완주에서 매주 서울 강의실을 찾아오는 유모씨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 보다 복을 짓는 지혜로운 분이라는 것을 느껴 왔었다. 강의가 한창 무르익어 중반에 이를 무렵, 유모씨 집안의 조상 묘지 감정을 의뢰 받았다.

10월 중순에 찾아간 가족묘지는 산 아래 2백 여 평 남짓한 밭 위 켠에 네 위의 묘지가 약간의 높낮이 차이로 놓여 있었다. 10여 년 전에 한차례 이곳으로 이장을 했다는 증조, 조부, 조모의 묘지 옆에는 7년 전에 사망한 선친의 묘가 있었고, 그 옆에 모친의 가묘가 있었다. 묘지 감정 결과, 이장했던 세 기의 묘에는 두 개의 수맥이 겹쳐 있었고, 선친의 묘에는 수맥이 봉분 가운데에 상하로 흐르고 있었다. 큰 사고를 연이어 당하곤 했던 선친이 이장 후 3년이 채 안되어 사망한 것은 이장을 크게 잘못 했던 것이 원인인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모친 역시 이장 후에 전신에 생긴 피부병과 악몽으로 10년 가까이 밤잠을 설쳐여만 했다. ‘확실하게 감정을 받고 나니 마음이 후련하다’는 유모씨의 재촉에 그 자리에서 이장 날짜를 잡았다. 감정을 마치고 유모씨의 집에 들러 수맥이 흐르는 침대와 두 개의 교차 된 수맥 위 개집도 옮길 자리를 잡아주고 돌아왔다.

그 다음 날, 수년째 잠을 설치고 어깨가 아프다던 유모씨의 부인이 침대를 옮긴지 하루 만에 그러한 증세가 깨끗이 사라졌고,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던 개가 조용해 졌고 새끼 6마리 중 다 죽고, 한 마리 남은 강아지가 배꼽을 하늘로 향해 네 다리를 뻗고 잘 잔다며 신기해했다.
감정을 하고 난 1주일 뒤, 태풍도 요행이 한반도를 비켜 지나고, 호남지방에 간간히 내리겠다는 비도 한 방울도 내리지 않는 화창한 날씨 속에 이장은 순조롭게 시작되었다.

수맥의 위력은 첫 삽이 시작된 증조부의 묘지 석관 속에서부터 나타났다. 나무 관이 아닌 석관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유골은 다 녹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조부와 조모의 묘지 석관 안에서도 증조부의 묘소와 똑같이 물이 가득 차 있었으며 조부의 유골은 찾아 볼 수가 없었고 조모의 유골은 물 속에서 굵은 뼈만 몇 조각 남아있었으며 반쪽이 없어진 두개골 안에는 뇌가 선명한 형태로 남아있었다.

문제는 유모씨의 7년 된 선친 묘 이었다. 석관 뚜껑을 여니 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갯벌 같이 시커먼 흙에 반쯤 썩은 시신이 묻혀 있었다. 오랜 기간동안 많은 시신을 보아왔지만 이처럼 참혹한 광경은 처음인 듯 했다. 앞에 세 위의 묘를 파묘할 때 까지만 해도 참고 있던 가족들의 감정은 마침내 선친의 참혹한 모습에서 대성통곡으로 변했다.

이날 이장현장에 참석했던 수강생 중에 손모씨는 죽은 자들의 영혼과 대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오래전부터 이러한 현상으로 시달림을 받아 온 그는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영가들의 접근을 뿌리치기 위해 교회를 열심히 나가게 되었고, 주위에서도 그를 위해 구마기도를 해 주곤 했다는데, 그럴수록 영가들의 접신은 더해만 갔다. 자신의 이러한 증세를 고치기 위해 이곳저곳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나에게 한 가닥 희망을 품고 찾아온 것이 첫 인연이 된 것이다.

지난 9월 하순, 충북 진천의 이장현장에서도 +자 수맥에 묻혔던 정모씨의 증조부모와 조부모, 선친 등 다섯 위의 묘를 이장하던 날도 손모씨에게 접신한 그 집 조상들의 영가들은 ‘너무 기쁘다 며 덩실덩실 춤을 추더라.’ 했다.

지난 주 ‘재미있는 수맥이야기’ 칼럼에서 기고했던 충남 아산의 정모씨 댁 이장현장에서는 조부의 찾지 못하는 묘지 대용으로 지석(돌 판에 고인의 이름을 새겨 혼백을 모시기 위한 돌)을 묻어 묘지를 조성했는데, 조부의 영가가 찾아와 그 묘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으며, 할머니와 선친의 두 영가는 “자손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집안에 내렸던 저주를 거두어 가겠다는 이야기도 꼭 전해 달라”는 부탁을 하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어린 초등학생에서부터 팔순의 노모에 이르기까지 하나가 되어 잔디를 나르고 함께 심던 아산의 정모씨 댁은 이장하던 날 현장에서부터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관절염과 위염으로 고통 받던 자손들이 하룻밤 사이에 완쾌되는 복을 누리게 되었다.
전라북도 완주군의 유모씨 댁 이장현장에서 일어났던 신기한 미스터리는 다음 주 칼럼에서 밝혀 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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