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범정부적 '출산장려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똑똑한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무슨 배짱으로 셋이나 낳았나?’

1960~70년대 개발시대 우리에게 낯익은 말들이다. 그때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적게 낳는 것이 미덕이었다. 아이 셋을 데리고 외출하면 손가락질을 받을 때였다. 예비군 훈련장에서는 정관수술을 하면 훈련을 면제해 주고 빵과 우유까지 주었다.

지금은 어떤가? 불과 30여 년 사이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 국가가 됐다. 시골 마을에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끊긴 지 오래고, 농어촌 초등학교 중에는 입학생이 없어 폐교한 곳도 많다. 그래서 이제는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동생을 갖고 싶어요’라는 표어까지 나오고 있다.

저출산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인구지진(Agequake)’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국가적으로 대재앙을 몰고 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정치·경제 시스템의 변화는 물론 문화의 풍속도를 바꾸고 사회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사안이다. 모든 국가가 국가적 차원에서 ‘인구 관리’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익히 알고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저출산은 국가적 재앙 초래할 수도

2002년 기준 우리의 합계출산〔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은 아이의 평균 수치〕은 1.17명으로 주요 선진국을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명)보다 훨씬 낮다. 2003년에는 다소 늘어 1.19명이었으며, 2050년에는 1.3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생아는 1970년 100만7,000여 명, 2000년에는 63만7,000여 명, 2003년 49만3,000여 명으로 지속적이면서도 급격히 줄고 있는 실정이다.

저출산은 사회를 이끌 동력을 잃게 한다. 노동력 규모가 줄어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예컨대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2016년 3,650만 명을 정점으로 급격히 줄어들고, 이들의 평균연령도 훨씬 고령화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생산인력이 줄게 되면 그 여파로 저축률이 감소하고, 투자가 위축되면서 재정수지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사회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돼 생산 가능 인구의 노인에 대한 부양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실질적으로 취업 가능한 사람(25~49세)이 올해 2,066만 명에서 2020년에는 1,839만 명으로 11%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노인 인구가 초등학생의 3배에 달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도 있다.

저출산의 직접적 원인은 혼인연령의 상승과 기혼여성의 출산 기피다. 2004년 남성의 초혼 연령은 30.6세, 여성은 27.5세로 20여 년 전에 비해 네 살 많아졌다. 아이를 낳을 기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이 밖에 고비용을 강요하는 사교육비나 자녀 양육비도 출산을 기피하는 원인 중 하나다. 경기 침체로 청년층의 취업이 어렵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결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결혼과 출산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현상도 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책은 무엇인가? 참여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국가적 의제로 설정해 놓고 있다.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월 ‘저출산·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국가실천 전략’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저출산 문제를 국가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와 함께 「고령화 및 인구대책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은 지난해 11월 국회에 상정돼 현재 심의 중이다. 정치권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저출산·고령화 대책 TF’를 구성, 대책을 마련 중이다.

전방위 ‘출산장려정책’ 추진, 자녀양육 국가책임 강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 대책은 전방위적이다. 정부는 그동안 임신·출산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를 확대하고 모자보건사업을 강화해 왔다. 또 정관·난관 복원수술에도 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는 자연분만, 미숙아 등에 대한 본인부담 치료비를 전액 지원한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그 중 하나가 아기엄마 수호천사 프로그램이다. 산전검사, 출산, 예방접종, 건강상담 등 종합 서비스를 보건소나 지정 병원에서 무료로 해주는 것이다. 또 2자녀 이상을 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는 ‘출산 크레디트’를 도입해 지원할 계획이다.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지만 출산 문제는 역시 예비 부모들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 개별화되고 파편화한 사회 분위기를 가정의 건강성 회복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유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가족 사랑 캠페인으로 ‘고·미·사(고마워, 미안해, 사랑해)’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결혼이나 자녀 양육 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복지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들도 ‘출산 장려’ 대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노동부의 경우 육아휴직 급여를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렸다.

중앙인사위원회는 공무원의 육아휴직 기간을 근무 경력으로 인정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공무원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1일에서 3일로 늘렸다. 재정경제부는 소득공제되는 교육비를 확대하고 결혼 비용도 공제해 주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내년부터는 인구정책, 세제지원, 고용·소득, 건강·의료, 주거·안전, 교육·문화, 산업·금융 등 저출산과 관련한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 추진된다. 여기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는 규정도 담겨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월28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자녀 양육의 국가적 책임을 강화하고, 2자녀 이상 가정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저출산 대책 추진기획단’도 구성하기로 했다. 내일이 희망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출산 문제는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범정부적으로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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