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찬 (음성중고 총동문회 장학위원회 간사)

踏雪野中去 - 눈내린 벌판을 걸어갈때는

不須胡難行 - 모름지기, 그 발걸음을 어지러이 하지말라

今日我行跡 - 오늘 걸어가는 나의 발자국은

遂作後人程 - 반드시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1월 30일은 감회가 깊은 날이었다. 어렵게 출범한 음성중고 공우회(공무원모임) 첫돌을 맞는 정기총회 날이었다.

신임회장이 다시 유임하는 것으로 임원진을 깔끔히 마무리 하고두시간 여의 회의를 끝내고 즐기는 저녁식사는 임금님 수라상을 먹는 기분처럼정겹고 맛깔스러운 시간들이었다.

박인석 과장은 늘 겸손함이 배어있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서산대사 윗 말씀을 서두로 꺼내셨는데 (생각지도 않게 우연히) 평소 아끼는 이 구절을 말씀하셨을 때 첫사랑 그 설레는 느낌처럼 내 가슴이 마구 뛰었다.

예전에 선배님들께서 뜻은 있으셨지만 여러 지역 사정과 군청의 분위기 때문에 창립을 미루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여론을 감지하시어 지난 1월 발족한 공우회이다.

선배님들의 한결같은 지역사랑과 동문사랑의 힘으로 힘겹게 출발을 한 모임 분위기에 어쩜 그렇게 적절하고 딱 맞는 글귀를 떠올리셨는지 아직도 설레임에 젖어 회고의 글을 쓰게 되었다. 선배님들의 생각과 같이 지역출신으로서 공무원의 역할은 늘 남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타 지역이 고향인 선후배님들께 혹여 서운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고향이라는 죽을 때까지 바꿀 수 없는 질긴 인연과 운명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가.이 지역에 나서 이 지역 공무원으로서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야 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해야 할 사람들이 바로 어제 한자리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료들이다.

이 날 음성중고 총동문회 장학기금으로 일단 2백만원을 기부하기로 하고 매년 일정액을 출연하기로 하는 등 만장일치로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지역연고를 떠나 현대인으로서 자유롭게 살고있는 우리들에게 동문 모임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귀찮고 부담스러운 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택받은 행운아로서 행복한 푸념일 수도 있다.

선배님들은 뒷날 음성을 책임질 후배 양성을 위해서 작은 길을 트고 계신 것이다.

한발 한발 족적을 남길 때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이 어지럽지 않도록 정도로 가 주실 것이며 선배들의 사랑에 힘입어 그들은 쉽게 목적지 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들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어떠한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이어져 갈것이다.

한마음 한뜻으로 퇴직하는 그 날까지 한 배를 타고 항해하며 음성군민과 음성군의 발전을 위해서 일할 것이다.

선장인 지역 선배님들의 고결한 뜻을 제대로 받들 줄 아는 공무원 후배들이 앞으로 우리 지역에 많았으면 좋겠다.

<독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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