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속 물고기의 재앙이라는 뜻으로, 뜻밖의 횡액을 당함을 비유하는 말.

《여씨춘추(呂氏春秋)》〈필기편(必己篇)〉에 전한다.

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에 사마(司馬) 벼슬의 환(桓)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매우 진귀한 보석(寶石)이 있었다. 그런 그가 죄를 지었고, 처벌을 받을 것 같자, 보석을 가지고 도망쳤다. 그의 보석 이야기를 들은 왕이 욕심이 생겨 그 보석을 수중에 넣고 싶어하였다.

왕은 측근의 환관(宦官)에게 속히 환퇴를 찾아내어 보석을 감춰 둔 장소를 알아보라고 명했다. 환관이 어렵게 환을 찾아내 보석의 행방을 묻자 환은 서슴없이 “그 보석은 내가 도망칠 때 궁궐 앞 연못에 던져버렸다”라고 하였다.

환관이 그대로 보고하자 왕은 당장 그물로 연못의 바닥을 훑게 하였다. 보석이 나오지 않자 이번에는 연못의 물을 모두 퍼내었다. 그러나 보석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물을 모두 퍼내는 바람에 애꿎은 물고기들만 말라 죽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보석과 물고기는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물고기만 영문도 모른 채 떼죽음당했을 뿐이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초(楚)나라의 원숭이와 성문의 화재 이야기가 있다. 초나라 왕궁에서 원숭이를 기르다가 놓쳤다. 원숭이를 잡기 위해 달아난 산에다 불을 놓아 나무를 모두 태워버렸다. 또 초나라 왕궁 성문에 불이 났다. 사람들이 성문 옆의 연못에서 물을 퍼내어 불을 껐다. 이 때문에 연못의 물이 말라버려 물고기들이 다 죽었다. 모두 아무런 잘못이 없음에도 남 때문에 뜻밖의 재앙을 당한 경우이다.

우리 속담의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맞는다”는 것과 통할 법한 이야기이다.

<해오름 학원장, 극동정보대 겸임교수 서범석의 한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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