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준 (前 음성예총회장)

“잘 된 일은 모두 내 덕이요, 잘못된 일은 모두 남의 탓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잘못이 있을 수 없다는 철저한 자기방어 의식 속에 설혹 남이 나의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기는커녕 어떠한 변명과 궤변으로라도 자기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고 좀처럼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

자과부지(自過不知)라고 자신의 허물은 모른다고들 하지만 그것보다도 자과부정(自過不定)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고 함이 옳을 것 같다.

양심상 남의 지적이 맞는다고 인정되더라도 이를 애써 부인하고 자신을 변호하려고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하겠다. 부지(不知)란 알지 못한다는 뜻이지만 부정(不定)은 안다고 하더라도 의도적으로 부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성심편(省心篇)에, 불한자가급승단(不恨自家汲繩短). 지한타가고성심(只恨他家苦井深). “자기 집 두레박줄이 짧은 것은 탓하지 않고, 남의 집 샘이 깊은 것만 원망 한다” 는 말이 있다.

그리고 성경 말씀에도 “자기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의 티끌은 끄집어내려한다” 는 말이 있는데 이것이 곧 자신의 약점은 인정하지 않고 남의 탓만 앞세우는 그런 마음가짐을 표현한 말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자리 잡고 있는 한 우리 사회가 밝고 명랑한 사회로 자리매김하기를 바랄 수 는 없다.

자기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여 개과천선을 꾀함이 마땅할진대 이를 애써 부인하고 자신의 자존심만을 내세우는 뿌리박힌 현실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없다.

우선 나라를 이끌어 나가야할 정치판에서부터 바로잡아져야 할 터인데 극과 극을 달리는 현실정치풍토 속에서는 그런 사회를 기대하기란 문자 그래도 연목구어(緣木求魚)일 수밖에 없다.

십 여 년 전에 천주교회에서 크게 벌였던 “내 탓이오” 운동이 생각난다. 비록 그 운동이 한시적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그 운동이 사회정화에 많은 진전을 보게 하였던 것으로 매우 뜻있는 사회운동으로 평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다중이 모여 사는 사회다. 내 가족, 이웃과 지역사회가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사회다. 나 한 사람만의 이익을 앞세워가지고는 진정한 화합이 이루어질 수 없다.

내 자신을 희생하는 양보의 정신과 서로 돕고 사랑하는 덕목을 앞세우는 “제2의 내 탓이오” 운동이 전 국민적으로 실효성 있게 전개되어야 할 것 같다.

“내 덕, 네 탓” 이 아닌 참다운 “내 탓” 으로 반성하고 아집과 독선과 이기심을 버리고 협동과 사랑으로 화합하는 밝고 명랑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하여 세대와 계층 간의 장벽을 허물고 서로서로 돕고 뜻을 함께 모으는 화합된 세상이 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한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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