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현 지역아동센터 협의회장

필자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는 센터 아이들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벼농사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아이들은 지역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선생님을 멘토로 모시고, 친환경 농법이 왜 중요한가도 배우고, 시기에 맞추어 모내기도 하고, 허수아비도 만들어 세우고, 벼를 베고, 지금은 별로 사용하지 않는 탈곡기를 이용해서 탈곡을 하면서 작은 결실의 즐거움도 누렸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필자는 아이들이 힘들어 하거나 지루해 하지 않을까 염려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정리하면서 그동안 촬영해 놓은 사진들을 보니, 센터에서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아이들의 표정이 가장 행복해 보였습니다.
무거운 모판을 들고 농장에서 논까지 걸어가는 길도, 신발을 벗고 수렁같이 발이 푹푹 빠져서 걷기도 힘든 논에 들어가 허리를 굽히고 익숙하지 않은 동작으로 모를 심느라 허리가 아파도, 허수아비를 만들다 서툰 망치질에 손을 다쳐도, 심은 벼가 많지 않아 탈곡한 낱알이 겨우 아이들의 조그만 손에 한줌 밖에 되지 않아도 아이들의 표정은 누가 연출한 것이 아닌데도 너무 즐겁고 행복해 보입니다.
필자는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하면서 시골에서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도시 아이들과 같이 많은 배움과 체험의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도시에 있는 센터들이 운영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벤치마킹 했습니다.
풍선아트, 종이접기, 비누공예 등.....
그동안 지역에 생활하는 많은 분들이 이런 프로그램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필자는 이번 ‘벼농사 체험 프로그램’을 하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 마을을 경험해 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 <마을이 학교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필자는 박 시장의 책 제목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을이 학교라는 사실을 체험하게 하고 싶습니다.
면소재지부터 달려와 마을을 빠져나가려던 차량의 방향과 속도를 늦추는 회전교차로, 마을 귀퉁이에 부끄럽게 숨어있는 낡고 작은 헛간, 논둑에 뿌리를 박고 허리를 굽히고 있는 버드나무 한 그루....
필자는 이런 것들이 다 우리 아이들에게 배움의 터와 교재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마을 이장님, 오리를 키우는 건호 아빠, 수박농사를 짓는 희태 부모님, 다육식물 농장을 운영하는 아이들 친구 어머니 등, 우리 마을에 함께 살면서도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이웃들....
필자는 그분들 또한 학교나 학원의 여느 선생님 못지않게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도시 아이들이 누리는 많은 배움과 체험들 보다 훨씬 못하다고 필자는 결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 마을이 학교가 되고, 마을 모든 어른들이 아이들의 선생님이 되어주시고,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배우며 자라가는 멋진 마을을 필자는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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