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쟁이 할머니

깡마르고 큰 키에 검은 피부, 담배 한 대 끼워 놓은 손은 까맣고 앙상하다.
말씀하시는 입술이 결단 있어 보이고 강함이 묻어 나온다.
간간이 섞는 육두문자는 무식하기보다 세상을 향해 외치는 당신의 속내가 아닐까? 2,500포기의 고추를 혼자 심고 손수 가꾸신단다.
당신을 위해 한다면 힘들 텐데, 누군가를 주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니 관절이 아파야 할 연세임에도 무릎 관절은 까딱없고? 국수 미느라고 손가락만 아프단다.
“마음 비우고 사니 건강도 따라준다.” 말씀하시는 욕쟁이 할머니! 다들 욕쟁이 할머니라 부르지만, 속내는 한없이 따듯한 분인 것 같다.
어느 해 수해가 심해 이불과 라면을 사 들고 울산서 양양으로 갔다.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전해주면서 필요한 사람에게 건네주라고 이야기했더니, 소개해 줄 분이 있다고 나를 데리고 간 곳이 욕쟁이 할머니 칼국수 집이다. 거기서 만난 할머니 첫인상이다. 속초 살다가 산불 때문에 다 잃고 양양에 터를 잡았단다.
당시 연세 75세다.낮엔 장사하고 밤엔 바지를 만들어 그 분들을 입히고 또 어려운 사람 있음 주저 없이 달려가 다 퍼주는 분이다. 수해 때문에 구호의 손길이 뜸한 곳 찾아가셔서 당신 주머니 털어 이것저것 사다 주시고 피해 입은 분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챙겨 주고 더 주지 못해 마음을 아파하시는 분, 수해나 산불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까지 챙기는 분이 바로 욕쟁이 할머니다.
당신은 중독자란다. 힘든 사람만 보면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달려간단다.
국영방송인 kbs 인간극장에 나온 모양이다. 그다음부터 유명 인사들이 오는데 할머니가 몰라보면 유명 인사들은 자기를 소개한단다. 거들먹거리는 사람들에겐 거침없이 욕을 내 뱉고 그렇지 않은 분들에겐 친절을 베푸는 분이다. 예를 갖출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구별하시는 분이니 욕쟁이 할머니란 닉네임은 무조건 욕하는 사람하고는 분명 다르다.
낮엔 국숫집 하면서도 밭에 나가 일도 하고 그걸 또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고 힘든 사람 보면 거절하는 법은 없고 무조건 예란다.
당신은 미친 사람이란다. 주는 것에 미친 사람! 그러면서 하는 말이 당신 죽기 전엔 이 병을 못 고친단다.
그러나 그 중독은 전염시켜도 좋은 전염병이 아닐까. 그 중독이 세계적으로 전염되어 많은 사람이 따스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을엔 노인들 모시고 관광을 간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씀이 요강 가지고 관광 가는 사람은 당신뿐이란다. 자리 이동이 불편한 노인들이고 제대로 구경도 못하시지만 나가는 걸 좋아하는 분들을 위해 요강까지 가지도 다니면서도 함께 하고 당신의 힘듦을 보람으로 승화시키는 분이다.
옆집 빌딩 올라가는 걸 부러워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아프지도 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 법문이 따로 있나? 그 할머니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법문이다. 가끔 찾아뵙고 할 수 있는 한 도와드린다고 하고 돌아오는 길,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서 떠나질 않는다.
부끄럽게도 난 젊은데도 할머니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한다.
수해 봉사 와서 아주 귀하고 소중한 분을 만나게 됨에 감사드린다.
세상은 할머니 같은 분이 계셔서 이렇게 따뜻하고 행복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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