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무심천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봄을 즐기는 상춘인파가 붐비고 있다. 원형이정(元亨利貞), 계절이 바뀌고 봄의 한가운데 와있다. 불현 듯 고등학교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45년전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던 해는 청주고등학교가 청주중학교 구내에 있었다.
  하교 길에 벚꽃이 만발한 비포장도로인 무심천을 걷노라면 물이 맑아 물고기가 여유 있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고 6.25 전쟁 후로 비록 가난했지만 이웃간에 정(情)이 넘치며 살아가는 모습들이 여유가 있고 염치를 알며 미풍양속(美風良俗)을 지켜왔다.
  그 동안 우리는 경제발전 속에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생활에 여유를 갖게 되었지만 황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환경오염 속에 이웃간에 정(情)이 메말라 친구의 슬픔에 함께 슬퍼하고(蕙焚蘭悲), 기쁨을 함께하던(松茂栢悅) 젊은 날의 모습은 찾을 길 없고 세월의 무상(無常)함을 실감하게 된다.
  다정했던 벗들의 모습은 어디로 가고 왕따나 집단폭행으로 삭막해진 오늘의 교육현실을 바라보며, 무심천이 정화되어 물고기가 뛰놀고 청소년들이 친구들과 더불어 생활하며 그 속에서 꿈을 갖고 호연지기(浩然之氣)를 기르며 우정(友情)의 성(城)을 쌓아가도록 교육현장의 모습을 바꾸는데 다 함께 노력해야겠다.
  상춘인파가 무심천을 메우고 있지만 리이즈맨이 지적했듯이 “군중속의 고독”을 씹어야 하는 게 현대인의 자화상이 아닌가.
  선거철이 가까워오면서 우리의 주변은 너무도 삭막해졌다. 신의(信義)도 염치도 찾아 볼 수 없고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오늘의 기성세대 모습 속에서 청소년들이 무엇을 보고 배울까.
  이제 우리는 도덕성 회복에 앞장서고 어른다운 의연(毅然)한 모습으로 청소년들에게 본(本)을 보일 수 있는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른들이 바로 걸어야 청소년들이 바로 따라온다. 성숙된 모습으로 솔선수범하여 이웃을 신뢰하고 화기(和氣) 넘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때 청소년들은 바르게 성장하고 무심천의 아름다운 봄의 정취를 느끼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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