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동

 1980년대 초여름이면 매미 우는 소리가 시끄러울 때,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으로 놀러 갔었다 작은아버님과 작은 어머님과 같이 사셨는데, 사촌 동생들도 있어서 마냥 재미있게 놀았던 추억이 있다. 큰 학교로 전학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학기 중엔 심심하고 단조로웠다.

 때로는 매캐한 체로 탄 냄새가 교실로 퍼져 수업하다 말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어린 나이에 뉴스를 봐도 잘은 몰랐지만 , 사회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었나 보다. 부모님과 함께 단칸방에 살았는데 집이 좁아서인지, 방학이면 부모님은 나를 시골로 보내곤 했는데, 그곳에 가면 재미가 있었다. 혼자서 40번 시내버스를 타고 갔는데, 나름대로 내가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어린 사촌 동생들이랑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며 마냥 재미있게 놀았던 기억이 난다.

 내 고향 남계하는 남쪽이 큰 하천이 있다는 뜻인데 무심천의 한참 상류쯤 되는 것 같다 여름이면 쪽대로 물고기를 몰아 피라미도 잡고 우영도 하고 자맥질을 해서 말조개도 잡고 재미있게 놀았다. 수영을 한다고 막내 사촌 동생이 막 울었는데, 팬티 속을 보니 잠자리 애벌레가 뾰쪽한 턱 집게로 고추를 꽉 물고 있었다. 그것을 때주기도 하고, 애기 손바닥만 한 말거머리를 잡아서 고무줄로 쓴다고 땡볕에 말려 놓기도 했다.

 빠르게 헤엄치는 물뱀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던 나를 사촌 동생들이이보고 놀리기도 했다. 돌아오던 길에 백로가 멍하니 농수로 가운데 서 있었는데, 움직임이 없었고 그냥 넉 놓고 있는 게 이상했고, 또 호기심에 돌을 던져 보았다. 이 녀석이 돌을 맞고도 날아가지도 도망가지도 않고 그냥 서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농약중독인 것 같았다. 피가 조금 나는 것을 보고 어린나이에도 천연기념물이라는 것이 불현듯 생각나서 그냥 도망쳤다. 한참을 뛰고 나자 소나기가 억수로 내렸다.

 순식간에 먹구름이 하늘을 덮고, 무더웠던 여름오후는 서늘한 회색세상으로 변했다 비를 피할 곳이 없어 마침 시골 간이 버스정류장으로 들어가 비를 피했는데, 천둥이 버스정류장 바로 옆을 또 쳤다. 계속해서 번개가 주변을 내리쳤는데, 너무 무서웠다. 버스를 기다리러 서 있던 아저씨가 여기에 죄지은 사람이 있나보다고 말씀 했을 때 양심이 나를 찔렀고 천둥소리에 더욱 놀랐다. 잠시 후 비가 그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붉은색 노을 보였다.

 저녁에 작은아버지께서 막걸리를 받아오라고 하셔서 나이어린 사촌 동생과 함께 큼지막한 플래시를 들고 양은 주전자를 들고 갔다. 지금은 띄엄띄엄 있는 가로등이 그때는 딱 두 개밖에 없었다. 동네 개 짖는 소리가 조용해졌을 때 좀 큰 플래시를 검은 하늘에 대고 비치면 그 빛이 별에까지 닿을 것만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주전자 주둥이를 대고 조금 먹어봤는데, 우왝 이런 걸 어른들은 왜 먹나 싶었다.

 급하게 먹었던 수박 때문에 눈을 비비며 일어나 뒷간을 갈 때, 흙마당 중간에서서 보았던 그 여름 밤하늘은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셀 수업이 많은 은하수의 별들이 남빛 하늘을 가득 메웠다. 밤하늘 빈공간이 없을 정도로 많은 별이 하늘을 수놓았다. 나는 입을 벌리고 그 여름 밤하늘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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