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식

  나 어릴 적 70년대 초ㆍ중반은 군것질거리가 풍성하지 않은 때였다.

옥수숫대의 껍질을 입이 베이지 않게 기술적으로 까서 속 대공을 씹어 단물을 취한 다음 골목길에 버려 온통 길이 하애지는가 하면, 아카시아 냄새가 물씬 풍기는 5월이면 오빠, 언니들과 함께 아카시아 꽃을 따먹으러 가기도 하였다.

또한, 산으로 가서 가시덤불 속에 달린 산딸기를 어렵사리 누런 주전자에 따오기도 하고 중간에 오다 오디(뽕나무열매)를 따 먹어 입이 새파래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도 허다했다.

이렇게 지내던 어린 시절 잊히지 않는 사건이 하나 있으나 초등학교 입학 전 예닐곱 살 때 일이다.

봄 산에 진달래가 분홍 옷으로 갈아입고 살랑살랑 유혹하던 시절 친구들과 같이 참꽃(진달래꽃)을 따 먹으러 산 넘어 가보자는 제의가 들어와 그러자 하고 낑낑대며 야트막한 뒷산을 넘어 목적지에 도달한 순간 누군가 “참꽃 귀신”이다! 하는 절박한 소리에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면서 우리는 너나없이 집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평지도 아니고 산을 뛰어서 내려오니 신발이 벗겨지고 나뭇가지에 걸려 생채기도 나고 난리가 난데다 누군가 땅벌 집을 건드려 벌들이 아이들한테 달려드는 통에 눈, 코, 입 머리 등 보이는 데로 땅벌들이 쏘아 대성서 다들 가관이었다.

그런데 “참꽃 귀신”이 무엇이기에 아이들이 그토록 죽기 살기로 달음박질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작금의 아이들은 들고도 남기에 잠시 설명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문둥이 병(한센병)이라 해서 약이나 치료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그 때 그 시절에는 문둥이 병자가 아이들 간을 먹을 면 난다는 속설이 있었고 누군가 참꽃 근처에서 사람 뼈를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으니 죽기 살기로 달음박질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집으로 와서 보니 발에 가시도 박혀 있고 눈, 귀, 머리 등을 땅벌들한테 물려 아프고 그 모습은 처참하였다.

이 모습을 본 우리 엄마는 안쓰러우라 하시면서 된장을 발라 벌이 쏘인 곳을 처치해 주시고 살이 찢겨 생채기가 난 곳은 빨간색 만병통치약(머큐로크롬액)처치를 해 주셨다.

이런 와중에도 난 옆집 경분이 언니가 집에서 혼례를 올리고 옆 마을 총각한테 시집을 간다 하여 그 광경을 구경하려고 어른들이 모여 있는 속을 비집고 들어가 구식결혼 광경을 흥미롭게 구경하였고 잔칫집 빈대떡도 얻어먹었는데 어찌난 맛있던지 동심을 누가 말릴까 싶다.

진달래꽃이 피는 사월이 되면 난 그때 그 일이 생각나 옛날 어렸을 적 향수에 젖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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