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전 청주고 교장,칼럼니스트

 
 

새해 아침을 맞은 게 어제 같은데 벌써 중추절이 다가오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들이 여·야의 원만한 대화로 잘 풀리고 경제가 나아져서 민생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민초(民草)들을 외면한 채 식언(食言)을 일삼는 사람이 늘어가는 오늘, 사기(史記)에 나오는 계포일낙(季布一諾)이란 말이 생각난다.

계포(季布)는 항우와 유방이 천하를 다툴 때, 항우의 대장으로 용맹을 떨쳤던 인물로 자신이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신의(信義)있는 사람이었다.

항우가 유방에게 패한 후, 유방은 천금의 현상금을 걸어 계포를 수배하고 그를 숨겨 주는 사람은 그의 삼족을 멸한다고 했으나 그를 신고하는 자는 없고, 오히려 그를 중용하기를 권했다.

그 후 계포는 유방의 조정에서 벼슬을 하며 모든 이의 신임을 받았다.

흉노의 선우가 최고 권력자 여태후를 깔보는 편지를 보내오자, 상장군인 번쾌는 “내게 10만 병력만 주시면 흉노족을 혼내 주겠다”고 했다. 이때 계포는 소리치기를 “번쾌의 목을 자르십시오, 한 고조께서도 40만 대군으로 대적했으나 포위당한 적이 있는데 10만 군대로 흉노를 응징하겠다함은 망발이며 번쾌는 아첨으로 나라를 시끄럽게 한다”고 하자, 모두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계포를 염려했으나 그 후 권력자인 여태후는 다시는 흉노토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 후 변설가인 조구(曹丘)가 “초나라 사람들은 황금 백 냥을 얻는 것보다 계포의 한 마디 승낙인 계포일낙(季布一諾)을 받는 게 낫다”는 고사(故事)에서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킴”을 뜻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오늘 우리는 불신(不信)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고 “말재간으로 남을 속인다”는 뜻의 고사(故事)가 떠오른다. 남을 믿다가는 낭패를 보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논어(論語)에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믿음 속에 살아가는 풍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고향의 신문인 음성신문에 졸필(拙筆)이지만 을유년(乙酉年) 휘호로 논어(論語)의 주충신(主忠信), “성실과 믿음을 근본으로 삼자”는 말을 써 드렸다.

이제 사회지도층 인사들부터 계포일낙(季布一諾)이란 말을 명심하여 식언(食言)을 하지 말고 언행이 일치하는 모범을 보여 우리 모두가 믿음 속에 서로 의지하며 국내외로 어렵게 전개되는 난국을 헤쳐 나가기를 바라며 중추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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