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눈이 내렸다. 겨울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가까운 산을 찾았다. 추수후의 텅빈 들판을 흰 눈으로 덮었다. 산과들이 은색으로 바뀌어 새로운 세상이 되었다. 찬 바람이 볼을 스치며 겨울 맛이 난다. 가끔 산새들이 한가로이 겨울을 즐기는 모습을 보며 눈 위를 걸었다.

천자만홍의 단풍이 지든날 가는 가을을 보내며 아쉬워했고, 나목(裸木)으로 변한 나무들을 보며 자연의 모습 앞에 세월의 흐름을 읽으며 아쉬워했는데 지금 눈앞에는 나무마다 밤새 내린 눈으로 장식을 해서 눈꽃을 피우며 경연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낙락장송은 푸르름 위에 흰 눈으로 장식을 했고, 작은 나목(裸木)들은 흰 색으로 갈아입고 나름대로 겨울 멋을 한껏 즐기고 있다. 눈 내리는 겨울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는 크고 작은 나무들의 모습을 보며 오늘의 학교 교육이 떠오른다. 사람은 각기 다른 특기·적성을 갖고 태어나 능력도 저마다 다른데 획일적인 잣대로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가정교육이 부재(不在)인 속에 사회의 교육환경도 오히려 학생들의 가치관을 오도(誤導)하고 있는 상황 속에 학교 교육도 입시위주로 흐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자치통감(資治通鑑)에 “경사(經師)는 만나기 쉬워도 인사(人師)는 만나기 어렵다”는 말이 생각난다. 청소년들에게 지식의 전달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인성교육에 앞장 서는 인사(人師)가 필요하며 소크라테스가 “사는 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 바르게 사는 게 중요한 문제”라고 삶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인성교육과 인사(人師)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한다.

50년대에 청주고에서 근속 10주년을 맞으셨던, 그리고 지금까지 제자들로부터 가장 존경을 받으시는 이백하 선생님이 생각난다. 선생님께서 오늘에 교단에 계셨다면 계량화(計量化)된 교육 실적이 없으시니, 근무 성적은 “미”라고 할지 모르지만 선생님께서는 제자들의 뇌리 속에 인사(人師)의 모습으로, 참 스승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논어(論語)에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고 했다. 학교장 중심의 자율적인 학교 경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지금 학교 현장에는 외풍(外風)이 너무 세게 불어 착근(着根)이 어렵다. 학교 교육이 인성교육의 바탕위에 진로교육을 통하여 학생들이 특기·적성을 살려 희망하는 대학에 진학하도록 실력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 풍토가 이루어지도록 다 함께 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며 귀가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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