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섭 해오름 학원 원장

 
 

“이다음에 어른이 되면 음성에 살거니?” 진학을 앞둔 중3 학생들에게 매년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저는 절대 음성에 안 살 거예요.” “음성 탈출이 소원입니다.” “선생님은 이런 음성이 좋아요?” 음성에 계속 살겠다고 대답하는 아이는 열에 하나 정도일 뿐이고 그들의 목소리는 소심하고 힘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말하는 ‘이런 음성’에는 ‘낙후된, 재미없는, 별 볼일 없는, 자랑스럽지 않은’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음을 왜 음성에 안 살고 싶으냐는 부가질문을 통해 확인하게 됩니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어디에 살든 그건 개인의 자유선택의 문제이지요. 음성에서 태어났으니 음성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넓고 발전된 대도시로 대학을 가고 직장을 잡고 미래의 꿈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젊은이들의 당연한 선택일 겁니다. 그러나 뉴욕, 파리, 서울, 제주 등 다양한 미래의 거주지가 아이들의 선택지에 올라갔지만 음성은 전혀 미래의 터전으로 고려되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디 아이들만 그럴까요? “앞으로 어디에 살고 싶은 가요?”라는 동일한 질문을 음성에 살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똑같이 던져봅니다. 자녀 교육, 사업 여건, 문화 복지의 수혜 등을 이유로 대도시로의 이주를 고민하고 있지는 않나요?

스웨덴에 벡쇼라는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가 있습니다. 스웨덴 남부의 그저 평범한 지방 소도시에 지나지 않았지요. 오일쇼크를 겪은 이후 벡쇼시에서는 1996년부터 시민들과 정치단체들이 뜻을 모아 화석연료 사용 중단을 선언하고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투자를 실시하였습니다. 그 후 20여 년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적 삶에 동참하여 현재 유럽연합이 인정하는 최고의 생태도시로 거듭났습니다. 벡쇼시는 매년 생태도시의 현장을 견학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유럽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청정한 도시들 중의 하나로 손꼽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음성은 이삼십년 후에 어떤 모습일까요? 취학연령인구는 최근 10년간 계속 감소해왔고,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적 전망과 성장 동력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음성에 살아 달라고 말하기가 미안할 지도 모릅니다.

음성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면 모두가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불모지에서 싹을 띄우는 일을 이제 시작해야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 계획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끊임없는 대화로서 미래의 비전을 정하여 부단히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2016년이 음성이 다시 태어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20년 후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고 싶은 곳으로 손꼽히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의 입에서 “절대 음성을 떠나지 않을 거예요!”라는 힘찬 함성이 터져 나올 날을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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