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 정 수필가 소이우체국 근무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끊어질 만하면 이어서 터져 나오는 갑질 논란이다. 갑질은 국어사전에도 없는 단어로 꼴값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꼴값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다. 한마디로 얼굴값을 못한다는 말인 셈이다.

우리사회가 갑(甲)과 을(乙)의 관계로 이루어져 있는 건 사실이다. 고용인과 피고용인. 스승과 제자. 점원과 손님 등 여러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자신이 갑이라고 상대를 우습게 보는데서 갑질은 시작되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사건이나 모 백화점에서 고객이 점원의 무릎을 꿇게 한 일로 시끄러웠다. 이들은 자신의 유리한 입장을 내세워 상대방을 함부로 무시한 경우다. 주로 서비스업에 근무하는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타깃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도 창구업무를 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다. 내가 실수하기도 하지만 잘못한 게 없어도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는 때가 있다. 억울하지만 미안하다고 고개를 조아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고객들은 갑(甲)이고 나는 을(乙)이니까.

갑질은 오만함으로부터 온다. 남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더 높은 위치에 서 있어서 을(乙)을 멸시해도 된다는 마음은 어디로부터 온 것일까. 그건 내가 누리고 있는 여건과 자리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는데서 온 것 같다. 노력에 의해서 그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또한 부모를 잘 만나서 거기에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처음부터 내 자리는 없다. 더욱이 영원히 내 자리는 없는 법이다.

안전보험공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업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의 58.3%가 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들을 모른 척 외면하는 우리 사회도 문제다. 호주는 점원이 불친절하리만큼 고객들에게 당당하다. 우리는 진상고객들에게 만이라도 절절매지 않고 떳떳할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꿈꿔보는 것이다.

내가 유일하게 카톡으로 받는 소식이 있다. 혜민스님의 “따뜻한 응원”이다. 매일 전해오는 글은 짧지만 의미 있는 말들이 많다. 나는 출근해서 준비를 마치고 업무를 시작하기 십 분전인 커피타임에 이 글을 읽는다. 오늘 배달된 편지다.

“길을 가던 상대가 나를 보고 스님이라고 정성스레 합장을 하니 나도 정성스레 합장인사를 합니다.

상대가 나를 보고 목례를 하니 나도 부지불식간에 목례를 합니다.

나는 상대의 거울입니다. 상대는 나의 거울입니다“

내가 대접을 받으려면 상대를 먼저 대접하라는 말이다. 그것이 지혜로운 사람임을 말하고 있다. 귀한 말씀이 은은한 커피향처럼 가슴으로 그윽히 스며든다.

세상의 갑(甲)질님들.

‘나는 상대의 거울이랍니다. 갑(甲)으로서 도도하게 품위를 지키면 당신은 훨씬 더 빛 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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