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재 영 전 청주고 교장 칼럼니스트

 
 
 풍요로움 속에서도 고독을 씹는, 리이즈먼이 지적한 “군중 속의 고독”한 존재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의 자화상이다. 오래전에 중학생이 집에서 꾸중을 듣고 자살한 사건은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며 오늘의 가정을 뒤돌아보게 한다.

 가정은 삶의 보금자리이며 우리의 안식처이다. 여행을 떠나 호화로운 호텔에서 여장을 풀어도 초가삼간인 내 집보다 포근함이 없다. 태어나서 제일 먼저 만나는 게 가족이요, 가정이다.

 지난날 우리는 가족과 생활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정(情)을 느끼며 가족애의 따스함 속에서 보람을 찾고 살아왔다. 산업사회로 접어들며 가정의 모습은 핵가족 제도로 변하고 부권(父權)의 상실과 모권(母權)의 포기 속에 가정은 그 기능을 잃고 가족들은 밖으로 나돌고 방황하고 있다.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로 표현한다.

 감정에 치우치기 쉽고 자제력(自制力)이 약한 시기이다. 생업에 바쁘게 살아가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소홀하기 쉽고, 일부 부모들은 지나친 관심 속에 자녀들을 과잉보호하여 자녀들을 자립심이 강하고 자신의 문제를 사려 깊게 생각하며 스스로 해결하는 자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지드는 “원만한 가정은 서로 사소한 희생이 없이는 절대로 영위되지 못한다. 이 희생은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을 위대하게 하며 아름답게 한다”고 했고, 채근담(菜根譚)에는 “가정을 잘 다스리는 데는 두 가지 훈계의 말이 있다. 첫째,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으로 집안을 다스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모두에게 골고루 애정을 쏟으면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둘째, 낭비를 삼가고 절약해야 한다. 절약하면 누구에게나 아쉬움이 없다”고 했다.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간에 대화가 부족한 게 오늘의 우리 가정이다. 부모는 자식의 입장에 서 보고, 자식은 부모의 입장에 서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도록 노력해야한다. 베른시타인은 “저녁 무렵이 되면 사람마다 가정을 생각한다.

 그들은 이에 가정의 행복을 맛 본 자이며 인생의 태양을 쥔 사람이다. 그러므로 가정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빛을 받아서 밝은 평화의 꽃을 피운다”고 했다. 채근담에 부자자효(父慈子孝), “아버지는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에게 효도함은 지극히 마땅한 일”이란 말을 명심하여 가족들이 사랑 속에 살아가는 화기애애한 곳으로 다시는 청소년들이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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