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씨

 

 
 

겨레의 명절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은 ‘중추가절’ ‘한가위’로 표현하기도 한다. 계절의 한가운데로 모든 것이 풍성하여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다. 한가위에는 가족뿐만 아니라 머슴에게도 새 옷을 해 입히고, 햇곡식과 햇과일로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시기이다. 추석이 오면 제일 먼저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음복을 하고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또 산소에 성묘를 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우리 얼릴 때만 해도 명절에 어머님이 명절빔을 사주시곤 했다. 살림이 어려워 옷을 못 사주면 양말이라도 사주신곤 하셨다. 장만한 음식을 조금씩 채반에 싸서 담 너머로 이웃에 돌리면 그 집에서도 자기네 음식을 나누어 주곤 했다. 온 동네 사람이 어른애 할 것 없이 서로 나누어 먹고 집집마다 서로 초청해서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살림이 어렵던 시절의 정말 좋은 미풍양속이다. 부모님들은 멀리 사는 아들딸을 기다라며 며칠을 뒤척이시었다.

요즘 사람들은 명절의 의미보다는 연휴의 의미로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명절을 센다기보다는 연휴를 여행의 계기로 삼고 해외로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여행지나 호텔에서 차례를 지낸다하여 웃음거리가 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차례 정도는 생략하고 자기네들끼리 음식을 사서 먹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풍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명절이 끝나고 서울로 향하는 휴게소 광장에는 쓰레기통이 넘쳐난다고 한다. 시댁에서 어머님이 싸주신 송편이고 전이고 떡이고 불량식품들을 집에 가기 전에 전부 버리고 가기 위해서다. 가족에 우애는 어릴 때는 부모님께 순종적이고 뜻에 따라 행동했다. 햇 가족 시대가 되 고 모든 것이 자신들의 의지대로 세파에 시달리고 적응하다 보니 부모님의 생각을 미쳐 잊어 버리는 경우도 있으리라.

부모님과 나의 관계에서의 나의 행동은 동영상으로 순간순간이 촬영되고 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내가 부모님께 하는 공손하고 친절한 말투, 존경하는 마음, 늘 염려하고 걱정하는 진심어린 행동은 나의 자녀의 눈 속에 그대로 찍히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는 언젠가 내가 우리 부모님께 했던 것처럼 그대로 나에게 대할 것이다. 여기 예외는 없다. 자식은 나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명절 때만이라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효심을 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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