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장)

 

 
 

수정산성은 옛날 문헌에 의하면 ‘고산성(古山城)’ ‘설성(雪城)’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축조 시기는 정확하지 않으나 통일신라말로 추정되며, 남쪽에 가막산이 할애비성, 수정산이 할미성이라는 전설도 있다. 수정산성은 음성현 남쪽에 ‘관평’이라는 마을이 있어 유사시 주민들이 성에 들어가서 지키는 형태의 성이었다고 한다.

수정산은 성이 있는 고갯마루에 있다고 하여 ‘성재산’ 눈설자를 써서 ‘설성산’으로 불린 때도 있었다. 한갑수 교수가 지은 음성중학교 교가에는 ‘성재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2016년 11월경에 수정산에 둘레길을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은 거의 완성된 거 같다. 수정산 둘레길은 산을 한 바퀴 둘러보는 재미가 있고 가파른 길을 올라 정상에 가는 것 보다 힘이 덜 든다. 정수장 쪽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리기다소나무와 낙엽송이 하늘을 향해 부동자세로 뻗어 있어 장관을 이룬다. 평곡리 뒤편 장수바위를 지나 남쪽 새로 낸 길을 따라 돌아 토끼바위를 거쳐 체육공원으로 내려온다. 눈이 온 위에는 고라니, 토끼 발자국이 있고, 재수가 좋으면 동물이 도망가는 것을 볼 수도 있다. 봄철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코를 찌르고, 밤나무 숲에는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간다.

한 이십년 전까지만 해도 고사리를 뜯고, 도라지, 산삼을 캔 사람이 있었다. 정상근처에는 우물이 있어 물을 먹기도 했었다. 학생들이 봄철이면 수정산성으로 소풍을 가고, 겨울철에는 천여명의 학생이 토끼몰이를 하곤 했었다.

 수정산에는 우리나라 성장기 개발시대에 아픔도 그대로 남아 있다. 남쪽 수정사 아래로 돌산을 개발해서 십 길 낭떠러지로 파헤쳐 놓은 것, 체육공원 뒤 돌 채취 흔적은 두고두고 우리 후세에 큰 아픔의 흔적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한시대의 개발로 인하여 영원히 복구가 불가능한 상처로 남겨 놓았다.

수정산은 음성읍민에게 건강관리와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이산을 오르내린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새벽부터 수정산에 오르며 하루를 시작하는 많은 주민들이 있다.

이번 둘레길을 개발한 것은 주민들이 자연과 더 가까워 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더 바란다면 잘라낸 나무나 파헤친 돌들이 잘 정리되었으면 하고, 땅이 질지 않아서 눈이 녹거나 비가 오는 때에도 다닐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수정산의 개발은 산림이 훼손되지 않도록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 수정산성은 음성군민들이 오랫동안 다니며 심신을 달래고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자연환경이며, 자손만대에 물려줄 유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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