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순 수필가

 유난히 더운 여름이라 휴가는 엄두도 못 냈다. 휴가는 휴양지에서 편하게 쉬거나 관광지를 여유롭게 구경하는 것이다. 하지만 찌는 듯한 한 여름에 집을 나서 고생만 하는 휴가는 원치 않았다. 그렇기에 무더위에 멀리 떠나는 여행보다는 편하게 쉬고 싶었다. 좋은 계절에 떠나는 여행이어야 지친 삶에 샘물처럼 솟아나는 활력소 아니던가.

 이번 여름은 폭염이 계속되고 최고 기온을 경신하는 유례없이 더운 날씨였다. 그런 가운데 올해 첫 휴가를 받은 작은 딸이 같이 여행을 가자고 한다. 첫 휴가인데 그냥 집에만 있기에는 자신이 너무 지쳐 있다고 했다. 새로운 힐링이 필요하다는 딸의 말에 계획도 없이 갑작스레 여행 일정을 잡았다.

 여행지는 딸이 가고 싶다는 오사카다. 급하게 항공편을 예약하고 숙소를 예약하며 여행 일정을 준비하는데 무기력했던 내 안에 기쁨이 솟아 올랐다. 여행은 아직 가기도 전인데 준비만으로 설레며 새로운 기대감이 더위와 일상에 지친 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 줬다.

 나는 딸과 여동생은 아들과 그렇게 넷이 인천공항에서 만났다. 북적이는 공항에 도착하니 어딘가로 떠난다는 설렘이 나를 감싼다. 공항에서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즐겁다. 나도 그들과 같이 어딘가로 떠난다는 공감이 되어서일까. 그렇게 구름 위를 날아 오사카에 도착했다. 낯선 곳이지만 낯설지 않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이라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언어적으로 소통이 되지 않으니 비로서 낯선 여행지라는 느낌이 와 닿는다.

 젊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자유여행이라 아이들만 따라 다니면 불편함은 없었다. 유명하다는 맛집에 찾아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수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환승하며 사람 구경도 많이 했다. 하지만 언어적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었다. 스마트폰 어플 지도로 쉽게 길을 찾고 좋은 곳으로 안내를 해 주어도 내 스스로 소통할 수 없으니 자유여행의 즐거움이 조금은 반감되었다.

 오사카는 젊음의 도시였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는 곳이라 아기자기한 물건들과 예쁜 카페들도 많았다. 입맛 까다로운 여동생이 음식도 입에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여행하는 내내 일본어를 전혀 할 수 없다는 것이 불편했다. 한자어를 대충 알아도 기본적인 일본어를 전혀 모르니 뭔가 아쉬움이 컸다. 새삼 외국어 공부 좀 진작에 해 둘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패키지 여행에 익숙했지만 이곳에서는 자유여행이니 편하게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일본어를 못해도 쇼핑을 하거나 커피숍에서 커피를 주문하고 마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말을 못해도 메뉴를 보고 손짓만으로 소통이 가능했다. 돈 계산은 오히려 쉬웠다. 금액을 보고 주기만 하면 되니 말이다. 그렇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한마디라도 할 수 있다면 더 좋지 않겠는가.

 출발할 때는 날씨도 덥고 여러 가지로 걱정도 있었는데 돌아오기 위해 간사이 공항에 도착하자 꿈결 같다. 짧은 여정이라 더 아쉽게 오사카의 여름과 작별했다. 여행은 늘 그런 듯 하다. 빨리 돌아가고 싶다가도 막상 집에 도착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떠나고 싶다.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와 설렘,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기에 나는 다시 여행을 떠나련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