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란 수필가

 
 

우리 집 밭에는 여러 나무들이 많이 심겨져 있다. 남편이 아끼는 복숭아나무를 비롯하여 과일 나무들과 꽃나무들이 밭 주위를 장식하고 있다. 작년에는 복숭아가 많이 달리다 못해 태풍에 못 이겨 나뭇가지가 갈라지고 말았다. 남편은 갈라진 나뭇가지를 끈으로 싸매어 주고 지주 대를 더 대주면서 다시 붙을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 그렇게 갈라진 틈 사이로 나온 진액으로 나뭇가지가 어엿하게 붙어서 올해는 제법 복숭아가 많이 열렸다. 복숭아를 솎아 주면서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며, 자식 키우는 것도 이와 같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삼남매의 자식이 있다. 딸 둘과 아들 하나가 있는데 각자의 개성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그렇다보니 사춘기를 힘들게 보낸 자식이 있는가하면 편안하게 넘어가는 자식도 있었고, 부모의 잣대로 자식을 가르치려고 애쓰며 생기는 불협화음도 그만큼 다양했고 많았다. 한 가지를 잘 손질 해 놓으면 한 가지에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자식농사는 즐거움과 보람도 있었지만 그만큼 많은 어려움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옛 어른들 말에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했던 것이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남매는 각자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 가며 성장하였다.

물론 부모인 우리가 어려움을 이길 수 있게 도움을 주려 하였지만, 부모입장에서 자식을 바라보다보니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여 자식들 나름대로 응어리를 풀었던 적이 많았지 싶다. 그렇게 앞을 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부모의 도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뭇가지가 튼튼하게 성장 하려면 튼튼한 뿌리와 충분한 양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무로부터 갈라졌을 때 다시 튼튼하게 붙으려면 결국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처럼 부모는 자식이 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큰 버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적 빈곤을 느낄 때, 현실에 암담함을 마주하였을 때,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좌절을 하였을 때 부모가 해주는 힘찬 격려가 그들에게 버팀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내 아이들이 무엇보다도 상대적 빈곤에서 벗어나 나만의 자유를 누리며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드리고 미래를 향해 계속해서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에 묶여있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며 자신만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때, 자식들의 상처는 아물고 더 견고해 질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로 인해서 아니면 주위사람들로 인해 자식의 마음에 생긴 상처를 빨리 회복하길 바라며 오늘도 나는 작지마는 먼저 마음의 빗장을 열려고 노력한다. 나무의 진액이 나뭇가지를 다시 붙게 한 것처럼 내가 그 역할을 하려고 한다. 다친 가지에서 다시 풍성한 복숭아가 열려 행복 하듯이 내 가정도 더 큰 행복 나무로 자라날 수 있겠지. 우리 아이들도 힘겨웠던 마음 문들을 열고 세상을 마음껏 즐겼으면 하는 부모 된 엄마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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