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란 수필가

 
 

우리 가족은 여행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해마다 가까운 곳에 가서 1박은 했어도 3박 4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시간을 맞추고 장소를 정하고 스케줄과 여행 다닐 곳을 선정하는 것은 아이들이 준비를 하였다. 엄마인 나는 가족 대화방에서 읽을 뿐, 도움은 주지 못하고 여행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기만 하다.

우리 가족을 꾸린지는 28년이 되었다. 큰 딸은 곧 외국에 9개월 동안 공부를 하러 가고, 둘째 딸은 취업 준비생으로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8년 만에 집 밥을 먹기 위해 들어왔으며, 막내아들은 군 제대 후 복학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요즘 나는 마음이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큰 딸이 혼자 외국 가서 생활해 가야 하는 걱정과 둘째 딸에게 집 밥을 해 줄 수 있어서 엄마 노릇 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하기도 하고, 또 아들이 기숙사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것에 복잡한 마음으로, 기도를 올리게 된다. 각자가 그 길에서 최선을 다하고 기쁘게 잘 받아 주면서 지혜롭게 이겨 나가길 말이다.

내가 신혼여행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돈이 없어서 남편과 아침을 굶기로 하고 여행사에서 계약한 중식을 먹을 때에 못 먹었던 아침식사까지 곱빼기로 먹으면서 돈을 아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는 일이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었고, 가족의 울타리를 만들 수 있던 것은 어려웠던 그 시절을 잘 극복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족이란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깨지기 쉽다고 생각한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고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 온전한 가족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가족 여행을 앞두며 이 시간을 통해서 사랑과 행복을 만들어서 지금과 미래에 온 가족이 화목해 질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우고 싶다. 여행이란 힘을 만들어 주고 생기도 불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을 위해 무엇보다 엄마인 나의 몫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가족들에겐 말하진 않았지만 요즘은 말도 행동도 바꾸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를 지혜롭게 해 달라고 새해를 맞아 기도도 한다.

나는 신혼여행을 갔을 때 설렌 것처럼 지금도 설렌다. 함께 밥 먹고, 자고, 그리고 같은 시간 속에서 같은 장소를 보며 즐기고 느낄 것을 한껏 기대하면서 가기 전까지 지금에 충실 한다. 그래야 푸른 초장을 만끽할 수 있으니까.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 가족은 단합도 하고 추억도 쌓기 위해 날짜를 헤아리면서 여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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