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상들은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않았다. 우리는 어떠한가. 가는곳마다 쓸만한 물건들이 나뒹굴고 있다.
며칠전 청주에사는 딸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딸애가 하는 말이 엄마 베란다에 있는 유모차 때문에 큰일 났어 “왜 쓰면되지”했더니 엄마 그 유모차는 오빠가 준것인데 십년이 넘었고 너무커서 딸애 체격에는 버겁기도 하지만 유모차 일부가 절단 났는데도 그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저렇게 방치되어 있다고 한다.
눈치를 보니까 작은 유모차를 사고 싶은 눈치였다. 나는 한옆으로 쓰러져가는 유모차를 끌고 근처 철문점을 찾아 몇군데 해피랜드로 가 보았지만 유모차는 오래된 것이라 그런 부품은 잘 안나온다고 한다.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하는 수 없이 동사무소로 끌고 갔다. 유모차를 한대 버리려고 하는데요. 아직은 쓸만한데 부품을 못구해서 그러니까 여기 두었다가 고쳐서 쓸수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갖다쓰면 좋겠다고 했지만 그걸 어디다 두느냐고 한다.
나는 페기물 버리는 요령도 잘 몰라서 담당자에게 묻자 페기물 수수료를 내면 된다고 하길래 벌금을 이천원을 내면서도 순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얼른 이천원을 내고 노란색 종이한장을 들고와서 주소, 성명, 전화번호를 적어서 유모차 옆에다 붙여 쓰레기장 한옆에다 끌어다 놓고 오는 심정이 왜 그리도 미안 하던지 자꾸만 뒤를 돌아다 보았다.
조금만 수리를 하면 쓸만한 물건을 버리고 오니 이것이 바로 살물죄라는 생각이 들었다.옛말에 물건을 함부로 쓰다 버리는 것을 살물죄(殺物罪)에 해당된다고 했다.
오래된 물건은 부품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몇천만원짜리 트랙터 농기계, 경운기 고장이 나면 부품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농민들의 애를 태울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아파트 앞에 쓰레기통에는 하루밤만 자고 나가보면 입을만한 옷가지들 시골같으면 얼마든지 입을수 있는 옷이다.
그뿐인가 침대 가구등 쓸만한 그릇들 정말로 하늘이 무섭지 않나 싶었다. 다행이 우리 유모차는 서너시간 후에 내다보니 어느분이 수리해서 쓰려고 가져간 것 같아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 했다.
돈 몇푼이 아까워 자기 수족같이 쓰던 물건을 밤에 몰래 내다 버리는 염치없는 사람들은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고 하면 어이없다고 웃을 것이다.
조금쓰면 버리고 또 사들이고 집안 구석구석 들여다 보면 너무나 많은 물건들이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물건은 쓰레기가 되는것이 두려운듯 조용히 앉아 있는 듯 하다.
너무 새물건들을 좋아하는 것도 요즘 흔히 말하는 유행병 중에서도 소비병이 가장 큰병이 아닌가 싶다. 생산도 좋지만 재활용 하는 방법이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종이 한장도 알뜰이 써서 버리는 것도 그 종이에 대한 예의가 아닐런지 옛 할머니들은 바가지 한짝도 깨지면 이리저리 꽤매쓰고 할아버지들은 심지어 임분장군도 구멍이 나면 시멘트로 때워가며 근검절약으로 사셨다.
다 죽어가는 물건에도 다시 의미를 부여해서 쓰는 지혜도 철학이 아닐까 한다.우리는 너나 없이 살물죄에 해당되는 삶을 살고 있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우리는 너무 많이 쓰고 너무많이 버리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생각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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