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란 수필가

 
 

우리 집 농장에는 딱새의 빈 둥지가 있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기쁨을 선사해 주었던 딱새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올 봄, 농장 한편에 책꽂이를 갖다 놓았는데 그 한자리에 딱새가 둥지를 짓기 시작했다. 딱새 부부는 집을 짓기 위해 하루 종일 부지런히 잔가지를 물어 날랐다. 새집 짓는 것을 가까이에서 본 것이 처음이었던 우리 부부는 그것이 신기해서 주말에만 가던 농장을 날마다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며칠 뒤 어엿한 둥지가 마련되었다.

둥지가 마련되자 암컷 딱새는 하루에 하나씩 알을 낳기 시작하여 7일 동안 7개의 알을 낳았다. 7일째 되던 날부터 암컷은 알을 품고 수컷은 암컷을 지키기라도 하듯 새집 주위를 맴돌았다. 사람과 똑같은 행동에 우리는 딱새 부부와의 삶이 더 신비하고 기특하게 여겨졌다. 다행히도 7마리 새끼들이 모두 알에서 탄생하였고, 딱새 부부는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바쁘게 벌레들을 잡아다 입에 넣어주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동물한테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새들을 통하여 왜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우고 행복해하는지 조금은 알 듯했다. 시간만 나면 농장 가서 새의 하루를 지켜보고 새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우리에게 큰 기쁨을 주었고 행복을 주었다. 그래서 농장 가는 것이 더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날 농장에 가보니 딱새 둥지는 텅 빈 채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딱새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혹시 뱀이 둥지의 새끼를 잡아먹었을까, 아니면 쥐가 그랬을까? 우리는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주위를 찾기 시작하였지만, 딱새 부부도 보이지 않았고 새의 둥지는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였다.

나는 3년 전 내 동생을 세상의 둥지에서 떠나보냈다. 동생은 갑작스럽게 아팠고 얼마 가지 않아 우리와 이별을 했다. 소식 없이 떠난 딱새처럼 내 동생도 우리와 제대로 된 인사도 하지 못한 채 떠난 것이 너무나 닮아, 빈 딱새 둥지를 떠나지 못하고 서성였던 것 같다. 동생의 아이 셋과 제부는 남은 둥지를 지키며 열심히 살고 있지만, 아직도 동생이 없는 둥지를 보는 내 마음은 몹시 아프다. 둥지를 버리고 간 딱새는 내년에 다시 찾아올 수 있겠지만 내 동생은 둥지를 찾아오지 못한다. 그러나 나의 마음속에 동생은 언제나 제 둥지를 지키려고 애쓸 것이 분명하다. 비록 하늘에서 세상의 둥지는 지키지 못하지만, 영혼의 둥지는 지켜주려고 발버둥 칠 동생의 모습을 떠올리며 기도한다. 남겨진 이곳 둥지에 여념 하지 말고 편안히 쉬라고 기도한다.

딱새가 어디로 갔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잘 살다가 내년에 우리 밭 농장 둥지에 또 와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나도 힘들었던 마음을 접어 이젠 동생과 함께 잘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도 안다. 딱새가 다시 찾아와 외롭고 쓸쓸했던 나를 위로해 주면 좋으련만, 오지 않을 것을 말이다.

빈 둥지는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버리고 싶지 않다. 남들은 버리라고 하지만 내 마음은 아직도 동생이 돌아와 줬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이 있기에 그것을 버리지 못하겠다. 사람마다 빈 둥지는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발버둥 치듯이, 나 또한 가슴 속 빈 둥지를 채우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해 본다.

딱새 부부와 딱새 새끼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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