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孔子穿珠(공자천주)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공자가 시골 아낙에게 물어 구슬을 꿰었다는 뜻으로,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에게 묻는 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음을 비유한 말이다.

공자가 진나라를 지나갈 때였다. 공자는 전에 어떤 사람에게 얻은 아홉 개의 구멍이 있는 구슬에 실을 꿰어 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때 문득 바느질을 하는 부인네들이라면 쉽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뽕밭에서 뽕을 따고 있는 한 아낙네에게로 가서 그 방법을 물었다. 공자의 얘기를 들은 아낙이 말했다. “찬찬히 꿀을 생각해 보세요.” 아낙의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던 공자가 ‘그렇지’ 하며 무릎을 탁 쳤다. 그러고는 나무 밑에서 왔다 갔다 하는 개미 한 마리를 잡아 허리에 실을 매달아 한쪽 구멍으로 밀어 넣고 구슬의 반대편 구멍에는 꿀을 발라놓았다. 그랬더니 개미는 꿀 냄새를 맡고 이쪽 구멍에서 저쪽 구멍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구슬에 실을 꿸 수 있었다. 배우는 일이란 나이나 상하, 귀천이 없는 것이다.

공자는 일찍이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라며 남들로부터 배우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고 가르쳐왔다. 공자천주(孔子穿珠) 얘기는 그러한 가르침을 몸소 실현하는 공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라고 생각한다.

춘추전국시대, 오패의 한 나라였던 제나라 환공 때의 일이다. 어느 해  환공은 명재상 관중과 대부 습붕을 데리고 고죽국을 정벌하러 나섰다. 그런데 전쟁이 길어지는 바람에 그해 겨울에야 끝이 났다. 그래서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이 진퇴양난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 며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전군이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안 되어 큰길이 나타났다.  또 한 번은 산길을 행군하다가 식수가 떨어져 전군이 갈증에 시달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습붕이 말했다. “개미란 원래 여름엔 산 북쪽에 집을 짓지만, 겨울엔 산 남쪽 양지 바른 곳에 집을 짓고 산다. 흙이 한 치쯤 쌓인 개미집이 있으면 그 땅속 일곱 자 쯤 되는 곳에 물이 있는 법이다.” 군사들이 산을 뒤져 개미집을 찾은 다음 그곳을 파내려가자 과연 샘물이 솟아났다. 관중의 총명과 습붕의 지혜로도 모르는 것을 늙은 말과 개미를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날 사람들은 자신의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우리 속담에 ‘팔십 먹은 노인이 세 살 아이에게 배운다.’, ‘농사짓는 일은 머슴에게 묻고, 베 짜는 일은 계집종에게 물으라’ 는 말이 있다.

우리 주변에는 스승 아닌 사람이 없다. 눈 돌리면 모두 배워야 할 대상들이다. 자연에서 순리와 질서를 배우고 사람에게서 예절과 처세를 배운다. 나무에게서 인내를 배우고, 동물에게서 용기를 배운다. 새들에게서 노래와 음악을 배우며, 개미에게서 근면을 배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명심보감에 “옥은 다듬지 아니하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이 배우지 못하면 의를 알지 못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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