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식 시인.전 음성군청환경과장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둠보다 더 지독한 라일락 향기가 반짝인다. 얼마를 저렇게 앉아 있어야 혹독한 그리움의 굴레를 벗을 수 있을까?

늘 혼자였던 나는 봉당에 앉아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마당을 바라보곤 했다. 별도로 만들어진 놀이터가 없던 시절, 마당은 나의 놀이터였다. 땅따먹기, 자치기, 비석치기, 제가차기, 공기놀이 .....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몇 시간이라고 놀거리를 제공해주던 마당.

겹겹 어둠이 내리면 툭툭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다.

아내가 바라보는 곳도 텅 빈 마음속 마당일까? 땅따먹기를 하면서 이리저리 그어놓은 금 그리고 두고 온 공기돌이 어둠에 사라지듯. 희미해져 가는 기억의 마당을 빗질하고 있을까?

곳곳마다 놀이터가 생겨나고 딱히 놀이터가 아니더라고 컴퓨터 오락이나 과외 등으로 그 의미를 찾기가 힘든 지금 마당은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값비싼 나무들과 이름도 알 수 없는 화려한 꽃들로 잘 가꾸어진 정원.

땅따먹기도 공기놀이도 할 수 없는, 어둠이 내려앉아 사라져가는 마당을 지켜볼 봉당도 없는, 아주 먼 훗날 내 아이들이 지천명이 되었을 때 가슴에 주먹만 한 마당 하나가 남아 있을까?

그녀가 떠난 자리가 어둠으로 채워지고 그네 혼자 흔들린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바라보는 주먹만 한 하늘에 촘촘히 별들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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