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희 수필가

 
 

차가 생기고 좋은 점은 인천 동생 집을 갈 때 버스를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차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버스를 타고 동생이 사는 곳으로 가려면 음성터미널에 가는 버스를 타고 음성터미널에서 인천 가는 버스를 타고 또 내려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다. 음성터미널에서 인천까지 버스로는 2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경유지도 많고 경기도권이라 차도 많이 막히기 때문에 어쩔 때는 4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사실 걸리는 시간이 문제가 아니다.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과 음성서 인천에 출발하는 두 버스의 시간대도 맞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동생 집에 올라갈 때는 하루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차가 생기고 나서는 달라졌다. 우선 멀미와 화장실 걱정으로부터 해방이다.

초반에는 신이 나서 여러 휴게소도 많이 들렸다. 먹고 싶었던 소떡소떡이나 휴게소표 라면도 사 먹곤 했는데 지금은 바로 집에 간다. 휴게소에 들리다 보니 동생 집까지 걸리는 시간이 2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어버렸기 때문이다.

운전은 동생이 한다. 나는 보조로써 어디로 빠져나가야 하는지 동생에게 알려준다. 운전하기 전까지는 이정표를 자세히 보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는 간판 정도로 생각했다. 지금 같은 시대에 내비게이션으로 가는데 이정표가 필요할까? 그래도 창밖에서 보는 이정표는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을 떠오르게 했고 그때마다 문학적 정취에 빠지기도 했다. 버스를 탈 때는 그랬다.

동생의 운전 보조가 되고 나서 나는 이정표를 볼 때마다 긴장하고 눈을 부릅뜨며 지켜본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다른 곳으로 빠질 수 있다. 평소에도 길치인 나는 지도를 잘 보지 못한다. 스마트폰이 없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지도를 그려 다녔다. 1번 출구에 나오면 건물은 뭐가 있고 그 옆에는 무슨 가게가 있고, 시골 영감 그 자체였다.

그래도 이제는 시대가 좋아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 내비게이션이 다 알려주지만 전방 2km 목포 방면입니다, 소리를 들으면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다. 느낌은 이쪽인데 목포는 너무 아래다. 그런데 목포 방향으로 가라고? 다행히 길이 여러 길이면 바닥에 색깔이 있어 색깔 방향도 알려준다. 분홍색 유도선을 따라 진입해 주십시오.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동생이 헷갈리지 않게 분홍 분홍 이라고 외친다. 물론 여러 번 다녀 본 후 동생은 말해주지 않아도 안다 말하지만 나는 보조의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 밖에 다양한 이정표가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집 하나인데 사는 곳보다 너무 먼 곳의 이정표를 보면 잘못 가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나의 목표도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하는 요즘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것 맞는데 이대로 가는 게 맞는 걸까.

생각해보면 이정표는 이정표일 뿐 목적지는 아니다. 단지 목적지를 갈 때까지 다양한 곳을 거쳐야 한다. 가끔 그것이 내 목적지의 방향과 다를 때 혼란스러움을 느끼지만 목적지만 확실하다면 그 방향은 맞다.

나는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가끔 스스로도 목적지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때까지 나를 당황시킬 이정표는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나의 목적지를 다시 떠올려 본다. 내 앞을 지나치는 이정표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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