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행정과장
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
원청​​​​​​​행정과장

올해 생일은 애들도 바쁘다고 오지 못하여 그냥 지나갔다. 예년에는 케익도 있고 생일 축하노래도 불려주고 했는데, 올해는 이런저런 이유로 식구와 단둘이 미역국 끓여 먹었다. 애들이 바빠서 그런지 전화도 없고 해서 내심 서운하기도 했다. 요즘 사람들은 생일 그거 크게 챙기고 그러질 않는 거 같다.

과거 우리 아버님들은 생일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웃에 사는 친지며 친구를 불려 아침을 같이 먹고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미역국에 쌀밥을 차리고 막걸리 한잔은 기본이었다. 초대받은 사람은 소주 한 병 정도 가지고 가서 따라주며 축하했다. 생일상에는 떡을 해 놓았고 잘 차리면 닭고기나 돼지고기 찌개 정도는 올라왔다. 때를 잘 만나면 농사지은 수박이나 참외는 덤으로 차려내곤 했었다.

생일의 의미는 세상에 나온 날, 생명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어른의 생일은 생신 또는 수신이라고 하여 높여 불렀고, 수일 또는 귀빠진 날이라고도 했다. 출가 전 자녀의 생일은 부모가 차려주고 어른들의 생신은 자녀가 차려드리기도 하고 본인이 차리기도 했다. 대부분 소연으로 미역국과 흰밥에 약간의 축하금이나 축하품을 전달하기고 했다.

나이에 따라서 생일 명칭도 그 나름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세가 되면 성인이 되었다 하여 약관이라 하고, 30세가 되면 기반을 잡는다 하여 하여 이립, 40세면 세상일에 미혹함이 없다하여 불혹, 50이면 지천명이라 했다. 60세를 듣는 것을 바로 이해한다 하여 이순, 66세를 아름다운 나이라 하여 미수라 했고, 77세를 오래 살아 기쁘다고 희수라 하고, 88세를 미수(米壽), 99세를 백수라고 했다.

생일은 누구에게나 있다. 날짜를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생일이 없는 사람은 없다. 축하해 주고 축하를 받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한편 생각해보면 축하와 감사를 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사실 축하를 받아야 할 사람은 본인이 아닌 부모님이시다. 오늘은 부모님의 의지와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진 날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낳아 주시는 것만이 아니라 키우면서 백일이 되면 백일잔치, 돌이 되면 첫돌잔치를 나름대로 해주시고 액운을 막고 귀신을 쫓아낸다는 의미로 수수팥떡을 열 살이 넘도록 해주시곤 했다. 소중한 날, 소중한 시간, 축하를 받는 순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우리 주변에는 생일을 그야말로 성대하게 차리고 과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의 생일을 거대하게 차려서 많은 학생들을 초대하고 자신의 집안을 과시함으로써 아이들이 기죽지 않고 생활하게 하려는 부모들이 더러 있다. 과도한 선물로 인하여 학부모 감에 부담을 주고 어렵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요즘은 회갑연, 고희연도 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가족과 함께 모여서 밥 한 끼 먹고 축하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케익 하나 사고 생일 축하 노래 부르면 족하지 않을 까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하신 어머니, 아버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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