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설희 수필가
남설희 수필가

정신을 차려보니 살이 확 쪄 있었다. 원래 살에 연연해 하는 편은 아니다 오히려 무관심하다. 옷도 항상 편한 옷만 입어서 살이 찌는 것에 신경은 쓰지 않는다. 살이 찌면 더 큰 옷을 입으면 된다. 그렇게 속 편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먹으면 자주 체하기 시작했다. 약도 잘 듣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운동을 해야했다. 소화를 시켜야 했다.

농사일 돕는 나는 운동을 정말 싫어한다. 농사라는 게 밖에서 움직이는 동작이 많으므로 집에서는 최대한 움츠리며 에너지를 보충한다. 땀을 흘린 만큼 살이 빠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농사로 흘린 땀으로는 절대 살이 빠지지 않는다. 절식하면서 농사일을 하면 살이 빠지겠지만 농사일을 하지 않아도 절식은 원래 살이 빠진다.

어떤 운동을 할까 하다가 절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한때 한경혜 작가의 오체투지를 읽고 절에 빠진 적이 있었다. 3000배까지는 무리지만 하루에 108배를 여러 번 하며 마음에 하심(下心)을 새긴 적도 있었다.

절은 준비도 방법도 간단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안 쓰는 이불 위에 수건 한 장을 깔아 놓고 절을 한다. 땀을 많이 흘리면 이불이 축축해지고 무릎이 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튜브로 108배 참회문을 틀어놓는다. 숫자를 셀 때 편리하다. 그리고 횟수를 정해놓지 않으면 마음이 해이해지기 때문에 108배 참회문을 틀어놓고 절을 한다.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절합니다, 시작으로 천천히 몸을 굽혀 절을 한다. 내 몸을 내려놓는다. 처음에 쉬운 이 동작도 횟수를 반복할수록 점점 몸을 세우는 게 벅차지고 숨도 가빠진다. 오랜만에 하는 절은 전보다 더 힘들었다. 다 내가 찌운 살이다 참회하며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결국, 70까지 절을 하고 정지를 눌렀다.

겨우 70번 절을 했는데 땀이 주르륵 흐른다. 겨우 내 몸 하나 세우는 건데 그만하고 싶다. 포기하고 싶다. 나를 이렇게 무겁게 하는 것들이 무언지 생각해보았다. 갈비탕. 요즘 체기가 있어 따뜻한 국물 음식을 자주 먹는다. 엄마가 홈쇼핑으로 주문한 갈비탕은 식당에서 사 먹는 갈비탕보다 내 입에 더 잘 맞았다. 그전에는 마라탕도 먹었다. 마라탕만 먹으면 됐지만 꿔바로우도 먹었다. 어묵도 마찬가지다. 빨간 어묵 국물이 먹고 싶어서 빨간 어묵을 먹었는데 국물이 아까워서 떡도 넣었다. 그러다 보니 떡볶이가 되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고 싶지만 써지지 않아 책을 샀다. 사고 읽지 않았다. 산 것만으로도 읽는 느낌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그렇다. 소화의 시간이 없었다.

숨이 다시 평온해지자 나는 다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새소리의 맑음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몇 분을 쉰 것뿐이지만 다시 처음 절한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바람 소리의 평화로움을 알게 되어 감사한 마음으로 절합니다. 생각을 비우고 유튜브에서 나오는 문장을 떠올리며 내 몸을 내려놓는다. 이렇게 내려놓다 보면 일어서는 것도 전보다 덜 힘들지 모르겠다. 그렇게 비워내며 나를 세워야겠다 생각하며 내 몸을 일으켰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