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공직에서 퇴직한 선배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다. 교직을 퇴직한 선생님이 시골에서 살고 게셨는데 같이 어울릴 사람들도 마땅하지 않고, 사모님은 돌아가신 터라 혼자 숙식을 해결하고 외롭게 살고 게셨다고 한다. 서울에 사는 자식 내외가 가끔 오기는 하나 직장관계로 늘 바쁘고 하여, 아들의 수차례 걸친 강권으로 서울 아들네 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다. 아들은 서울에서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에 취업을 한 관계로 며느리도 좋은 직장에 다니는 소위 엘리트를 맞이하여 남들이 부러워하는 집안이라고 한다.

서울에 와서도 주말에나 자식들과 만날까, 평소 아침에는 차례 놓은 밥을 먹고 며느리 퇴근하기를 기다려 저녁을 얻어먹고 하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집에는 큰개가 한 마리 있었는데 낮에는 개보는 재미로 지내고 있었다. 하루는 며느리가 늦잠을 잣는지 출근하면서 아버님, 점심은 중국집에 자장면을 시켜 놓았어요. 시간 맞추어 가지고 오면 잡수세요.” 했다. 점심때가 되어 자장면이 왔는데 한 그릇이 아니고 두 그릇이 왔다. 배달원에게 물어보니 한 그릇은 바둑이 거리고 했다.

자장면을 먹으며 생각해 보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개하고 같은 취급을 받는단 말인가.” “내가 평생을 공들여 키운 자식 네 집에 와서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에 생각이 미친 노인은 며느리가 오기를 기다렸다가 개집에 들어가 멍멍두 번 짖고 짐을 꾸려 집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서울살이를 가서 아들 며느리에게 큰 상처만 주고 내려온 꼴이 되었다.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면 잘못은 내게 있는 것이다. 시골 출신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서 집이라도 장만하고 사는 자식을 원망할 수 있을 것이며, 서울이라는 곳에 집을 마련하고 산다는 것이 아들 혼자 힘으로 되는 일이 아닐진대 아이까지 미루어 가면서 직장에 출근하는 며느리를 원망할 일도 아니다. 노년세대에서 보면 자식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젊은 세대에서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어른들을 원망할 일인지도 모른다.

우리 어릴 때 어르신들은 아들이 장성하고 일을 할 때쯤 되면 손을 놓았다. 뒤짐을 집고 이것저것 지적하고 어른노릇을 해도 자식들이 애써 공경하고 받들었다. 자식을 낳아서 키워준 보상이랄까 자식에 의존하며 살았다.

오늘날은 보상을 주는 자식이라기보다는 내게 의존하는 자식이 더 많다. 살아가는 문제가 만만하지가 않은 탓이다. 노후 삶을 누구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 노후 삶에 대한 대책도 내가 나름대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문제이다. 과거처럼 자식과 한집에 산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한동네 이웃에 살더라도 따로 살아야 한다. 내가 먹고 살 것은 내가 벌어서 생활해야 한다.

한편, 요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혼자 살아도 큰 걱정 없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또한 노인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많은 복지 혜택도 있다. 사람이 움직일 수 있는 한 찾아보면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나 홀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