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시인.푸른숲교회 목사

'트롤리'란 무엇일까? 멈추지 않는 차가 좁은 길을 달리고 있다. 길이 둘로 갈라진다. 그런데 한 쪽 길에는 다섯 사람이 서 있고, 다른 쪽엔 한 명이 서 있다. 이때 차 운전자는 어떤 길로 운전해야 할까? 흔히 한 사람이 서 있는 길로 운전하는 게 상식적 판단이다. 그런데 그 한 사람이 운전자 가족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을 '트롤리'라고 극중에서 주인공 딸인 '윤서'는 설명한다.

이 드라마는 필자가 우연히 아내와 함께 본 드라마다. 이 드라마에는 이제 중년 이미지를 조금씩 보이는 여배우 '김현주' 씨와 어딘지 모를 쓸쓸함과 강렬한 집착을 풍기는 배우 '박휘순' 씨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맘껏 녹아있는 것 같다.

필자에게 특히 성범죄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드라마였다. 성범죄 가해자가 자살이라는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남아있는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는 아픔을 잘 묘사한 것 같다. 그리고 성범죄가 한 여성에게 얼마나 심각한 고통을 주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또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자세와 방법, 그 진정성이 무엇인지를 던져주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범법자가 자살하는 것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최고.최선.최후로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허무하고 잘못됐는지를 이 드라마는 고발한다. 아니 그것은 가장 비겁하고 무책임한 도피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끝까지 살아서 자기 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그 책임과 형벌을 받아들이라고 주문한다. 나아가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게 용서를 구하는 게 정상이라고 이야기한다.

필자는 1970-80년대를 10대부터 20대 초반으로 살아왔다. 그 시절 필자는 학교나 가정,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

돌이켜보니 10대와 20대 그 시절, 필자는 주체할 수 없는 혈기와 성적 욕구를 올바로 분출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에게 껄떡대며 살지 않았나 반성해본다. 10대와 20대 때 필자 가치관은 성숙하지 못했다. 그리고 과도한 성적 욕구를 통제하지 못했다. 그 결과 추행 당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 여성들이 있었다. 그 분들에게 필자가 얼마나 큰 아픔과 상처를 주었는지.... 늦었지만 이제야 그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그들이 트라우마 없이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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