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준 식 전 음성교육지원청 행정과장

사람이 성공을 하여 업적을 이루고 만족한 결과를 얻거나 도저히 풀릴 수 없었던 과제가 해결되었을 때 무심코 하는 말이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을 비유적으로 하곤 한다. 인생에서 소중한 값어치 있는 그 무엇을 이루었을 때, 그 기쁨은 말로 형언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삶이 끝나는 순간 모든 것을 만족하고, 모든 것을 비우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무한한 간절한 삶에 대한 애착과 미련이 남기 때문이다.

혹자가 말하기를 그 중에서도 제일 마음 아픈 것은 아들과 딸을 혼자 두고 가는 것이라고 했다. 내 딸, 내 아들이 혼자가 아니어서 누군가 의지하며 힘들고 외롭지 않았기에 내가 가는 길이 편하다고 했다. 혼자 자다가 죽어도 괜찮은 이유라고도 했다. 나도 씨족을 남겼다는 원초적 이유 보다는 소중한 나의 아이들이 혼자 사는 외로움을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인생의 먼 길을 가면서 누군가와 같이 간다는 것은 참으로 값어치 있는 것이다. 물론 혈육으로 뭉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서 마음을 주고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상대방 보다 내가 더 움직여야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상대방에 대한 헌신과 지켜야 할 의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같이 가는 삶속에서 동질감을 얻고 서로의 관계에 친밀감을 더하게 된다. 삶에 대한 가장 큰 즐거움이고 삶의 이유인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사회 속에서 존재하는 동물로 혼자 있음의 고통을 너무도 잘 안다. 외로움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하여 인간은 종교에 의존했고, 예술에서 찾고, 철학을 세우고, 자연에서 안정을 찾고자 했다. 결국 인간들은 둥지가 있음을 찾아냈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둥지를 틀고, 동물들이 땅을 파서 집을 짓는다. 인간도 또한 같다. 이들이 찾는 둥지의 의미는 단지 집이 아니다. 같이 있지 않으면 둥지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둥지는 마음이 머무르는 곳이고, 안식이 있는 곳이다.

우리는 가끔 혼자 있을 때에도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아무도 없는 혼자 방에 있어도 어머님이 게신 거 같고, 무언가 말을 하는 거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예전에 부모님으로부터 들었던 귀중한 조언이나 가슴깊이 느꼈던 행동에 대한 감정이 계속이어 지면서 나의 삶의 일부로 자리매김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에 대한 좋은 감정이나 친근했던 가족에 대한 감정은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 웃게 하고 외로움으로부터 나를 달래 준다. 때로는 그리움을 느끼고 나를 위해 고생하신 모습,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시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연결 짓는 것은 가슴 벅차고 기쁨이 넘치는 영광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고단하고 많은 땀과 눈물을 필요로 한다. 사람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울타리를 만들고, 그 울타리가 커가고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때 만족스럽지 않는가? 내가 아프고 힘들어도, 내게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애써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인간으로 세상에 와서 종족을 남기고 번창하는 것은 보는 것은 인간의 욕심을 떠나 당연한 진리이고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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