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순 수필가

이곳보다 하루해가 짧은 곳이 또 있을까? 음성은 소도시로 농업이 주 소득원이다. 그러니 봄부터 가을까지 이곳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농한기인 겨울에도 이곳은 바쁘다. 음성군에서는 군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사를 지으시느라 힘드실 텐데도 여러 기관에서 마련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분들이 많다. 음성이 활기찬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그 때문일까. 이곳은 축제가 많이 열린다. 사람들의 열정은 축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축제는 군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 없이는 치룰 수가 없다.

4월은 음성의 축제가 시작되는 달이다. 반기문 마라톤이 제일먼저 포문을 연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출을 기념하며 열린 마라톤 대회는 올해로 벌써 17회를 맞았다. 전국의 마라토너들 뿐 아니라, 음성 군민들이 적극적으로 참가하여 그 열기가 뜨겁다. 그동안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참가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마음먹고 참가를 했다. 제일 짧은 거리였다. 어떤 젊은 부부는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걷고, 외국인, 노인들, 어린 학생들도 함께 걸었다. 빠르지 않으면 어떠랴.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인사도 하고 격려를 해주며 걷는 그야말로 화합의 장이었다. 나도 무리에 섞여 함께 뛰다가 걷다가를 하며 완주의 메달을 당당히 목에 걸었다. 물론 전문 마라토너들에게는 우수한 등수가 목표겠지만 반기문 마라톤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나고 즐거운 축제다. 그리고 5월이 되면 전국 품바축제가 뒤를 잇는다. 나눔과 사랑을 실천한 거지 성자 최귀동 할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기리기 위한 축제다. 그러니 행사장은 너와 내가 따로 없고, 내 것 네 것이 따로 없는 베푸는 축제가 된다.

그렇게 열정의 축제로 음성의 봄은 지나간다. 뜨거운 태양이 이글대는 한여름, 음성의 농부들은 고추밭에서, 사과밭에서, 복숭아 밭에서, 인삼 밭에서, 수박밭에서, 메론 밭에서, 논에서, 화훼하우스에서, 온 몸을 불사르며 정성을 다해 자식을 기르듯 농작물을 키운다. 그렇게 키워낸 농작물은 그들에게는 멋진 작품, ‘명작이다. 그렇게 자식 같이 기른 명작으로 9월에는 농부들의 축제 명작페스티벌이 열린다. ‘명작페스티벌행사장에는 전국에서 구경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다. 그들은 땀방울의 결실인 명작을 구경하고 구매해 가기 바쁘다.

10월은 가을이 무르녹는 계절, 농부들에게는 더없이 바쁜 날이지만 그래도 수확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달이다. 음성의 옛 지명은 설성이다. ‘설성은 고려 때의 옛 지명이라고 한다. 눈이 얼마나 많이 오면 그리 이름을 지었는지도 궁금하다. 설성문화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음성의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계승하기 위한 문화예술제인 셈이다.

42회를 맞은 이번 설성문화제는 그 명성에 맞게 줄광대 놀음, 염계달 명창기념 판소리 잔치, 전통혼례 행사로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축제였다. 또한 군민 체육대회도 열어 9개 읍면의 주민들이 역량을 겨루며 화합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면 음성사람들처럼 열정이 넘치고 흥과 정이 많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듯하다. 작은 도시지만 이리도 많은 축제와 배움으로 넘쳐나니 말이다.

내일은 음성장날이다. 내가 오일장을 기다리는 것은, 그리운 사람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일 게다.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를 닮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분도 있고, 중절모를 쓰신 우리 아버지를 닮은 분도 만날 수 있다. 장터 중간쯤 천막 국밥집에서는 막걸리 한 잔에 국밥을 안주 삼아 먹고 있을 여들없는 작은 오빠를 닮은 사람도 있다. 장에 가면, 음성 오일장에 가면 지금은 만날 수 없는 부모님과 오빠를 닮은 그립고 정겨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음성에는 정 깊고 서로를 닮은, 온기로 가득한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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