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굼벵이가 매미가 되기 위해서는 15년의 긴 세월을 땅 속에서 뒹굴어야 한다.
단 2주일의 비상을 위해 기꺼히 바치는 각고의 시간, 우리는 문학이라는 도정에 선 한 마리의 유충이다.그 유충들이 첫 허물을 벗은 모습을 여기 조심스럽게 펼쳐 보인다.
그리고 무영제를 기하여 이 책을 출판하게 되어 더 뜻깊고 기쁘다.
음성예총에서 시작한 문예창작 교실이 개강한 것은 1997년이다. 그저 무엇인가 쓰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문을 두드린 회원들은 3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주부들이었다. 새로나온 신식 말로 3060세대들이다.
조심스럽고 쑥스러워하며 공부를 시작한 20여명 회원들은 다양한 연령층이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뜨거운 관심과 열정을 보였다.
매주 수요일 2시간의 강의를 듣기 위하여 원근을 가리지 않고 달려오고 농사에 시달려 고달퍼도 글쓰기의 과제를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허물을 벗는 일은 쉽지 않았다. 창작이란 가슴과 머리와 혼에서 짜내는 결정체여서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고 도중에서 떨어져 나가기도 했다.
다른 예술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글은 더더구나 아무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예다.
나는 이들에게 세 가지 부탁을 하였다. 이창작교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누구나 현재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을 벗기를, 그 옷이란 스스로를 묶고 있는 고정관념이다.
또한 글을 쓰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구태여 이 길에 들어 설 필요가 없다고. 그리고 마지막 주문은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가족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으니 글을 통하여 자기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자고 주문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진지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가슴 속에 응어리졌던 아픔을 글 한 편에 담아내면 눈빛이 바뀌고 또 한편 담아내면 표정이 바뀌었다.
그 시간은 순수한 자신으로 돌아가는 시간이고 꿈꾸는 시간이고 정화되는 시간으로 강의실은 웃음이 넘쳐났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방법으로든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본능이 있다. 그 원초적 본능을 건설적인 일에 쓸 때는 자신은 물론 사회가 발전하지만 반대인 경우는 공멸의 위험이 놓이게 된다.
왜냐하면 주부는 기초 공동체인 가정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문화 예술 전반에 걸쳐 주부들을 대상으로 각종 강의를 열고 있는 것도 그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열두 명의 회원들은 평생에 처음으로 자신들의 글이 활자화되어 책을 갖는다는 사실에 무척 셀레이고 있다.
아직 미숙하고 서툴다. 하지만 굼벵이가 깊은 땅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매미의 꿈을 꾸듯이 이들도 서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서 치열한 정신으로 보다 나은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가리라 믿는다.
책을 엮을 때, 특집으로 음성에 대한 글을 앞부분에 실었고 내면의 분출은 자유를 꿈꾼다로 칭하여 뒷부분에 넣었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글솜씨를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작은 책을 내고 싶었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았다.이러한 회원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새마을 금고 이사장님께서 아시고 기꺼이 도와주셨다. 모두의 마음을 모아 뜨거운 감사드린다.
또한 어려운 형편에도 음성 문예 창작교실을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신 반기태 한국예총 음성지부장님과 실비로 출판을 맞아주신 도서출판 대광인쇄사 반영호 시인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저작권자 © 음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