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들께 올리는 정성 가득한 음식을 먹으며 오랜만에 보는 가족과 친지와의 즐거운 만남으로 가득했던 명절이 지나갔다. 스무 명이 넘는 식구들이 썼던 식기들을 다시 제자리로 넣어두고 며칠 동안 쌓인 수건이며 옷가지들을 세탁 하느라 오후 내내 바빴다. 북적거리던 집이 다시 조용해졌다. 만두를 쪄내던 커다란 찜솥이 베란다에 덩그렇게 있는걸 보니 허전한 마음까지
얼마 전 시어머님께서 우리 집에 열흘 계신 적이 있었다. 결혼한 지 17년이 되었지만 시어머님께서 우리 집에 오신 지는 이번이 세 번째이다. 한 번은 큰 애 5살 때 아파트를 사서 이사해서 이틀 밤, 3년 전 새 집을 사서 집들이 하신 날 하룻밤을 주무시고 가셨던 어머님이 시댁 집을 새로 건축하는 관계로 몇 달간 지인의 외딴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형님
충북에서 처음으로 ‘제1회 충북교육박람회’가 충북교육박람회조직위원회(상임대표 장병학)주최로 11월 15일부터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청주에듀피아(옛 연초제초창)에서 충북 최초로 조촐하게 열려 18일 막을 내렸다. 수학능력고사가 끝난 직후, 우리 충북에도 한 곳에 대학들이 모여 도내 많은 고3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대학 입시 상담과 진로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
요즘 재미있는 소설을 하나 만났다. 뒷내용이 궁금해서 아침밥 준비 중에도 책을 읽었다.된장 풀어 배춧국을 안치고 급한 마음에 물 묻은 손으로 책장을 넘겼더니 종이가 물기를 머금고 부풀어 올랐다. 물에 젖은 책을 보면서 옛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잊고자 해도 잊혀지지 않고 내 무의식의 심연에 가라앉아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고 지탱해 주는 내면의 상처이자 양심
친목회 회원 집에 갔다가 깻잎장아찌를 얻어 왔다. 새콤 짭짤한 맛이 좋아 다른 이들 보다 더 달라고 욕심을 부리기도 했다. 마음이 후덕한 집주인은 워낙 주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김치통을 비워야 김장을 한다고 핑계를 대며 모두에게 나누어 주었다. 덕분에 나는 제일 큰 봉지를 차지했다. 미안해하는 우리에게 자기는 깻잎을 따서 또 담그면 된다며 푸근한 웃음으로
나는 산을 좋아한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좋다. 가을은 고운 색으로 갈아입어서 좋고 겨울은 순백색의 눈이 나뭇가지에 쌓여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같아 보여도 산은 갈 때마다 다른 모습이다. 그동안 산에 자주 가지 못했다. 주말에는 전원주택인 “해 뜨는 집”에 가느라 다른 취미는 가질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다 7년을 정들
달포 전, 향기로운 포도원에서 솎아 내는 포도를 얻어 왔다. 색이랑 모양새가 보석중의 보석 알이 굵은 블루 사파이어를 연상하게 한다. 너무 황홀해서 하루 동안 만져만 보다가 유리 항아리에 포도와 황설탕을 켜켜이 얹어 면 헝겊으로 덮고 뚜껑을 슬쩍 올려놓았다. 눈이 부실만큼 새파란 포도와 노란 설탕의 색의 조화가 감미롭다. 쳐다보기만 해도 눈의 피로가 가시고
지갑을 잃어 버렸다. 생일날 딸애가 용돈을 모아 사준 지갑이다. 실수로 잃어버린 지갑 때문에 며칠 몸살을 앓았다. 명품이란 꼬리표가 붙은 예쁜 지갑이었다. 주인을 찾아주지 않는 알지 못하는 사람을 원망도 하고 무엇보다 딸에게 미안했다 신문을 읽다보니 미국에서 돈을 최고로 많이 버는 청년재벌 세 사람의 기사가 났다. 서른 초반의 이들은 사업수완도 좋았지만 근
요즘 오디션 방송 프로그램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KBS 2TV '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 오디션 장면을 보고 각별한 느낌이 들었다. 전국에서 노래를 사랑하는 52세 이상의 분들이 서류심사를 거쳐 최종 오디션에 참가하였다. 오디션에 참여하신 분들의 사연과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이 나왔다. 심사위원들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감동의 파노
올해도 변함없이 추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유난히 비도 많이 오고 무더웠던 여름이었지만 누구나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의 향수와, 기다림 속에 추석명절이 눈앞에 왔습니다.지금은 중년의 나이를 지나가고 있지만 그래도 이맘때가 되면 어린 시절의 옛 생각과 함께 기쁨 반 걱정 반으로 추석을 맞이합니다. 오래전 추석 때 어머니가 송편을 너무도 예쁘게 만드신 기억이 납
거미줄에 걸린 나비 한 마리가 헤어나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것을 보고 측은지심이 생겼다. 구해 주려고 다가서는 순간, 먹이를 빼앗기면 거미가 굶주릴 것을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실로 난감하다. 나비를 구해주자니 거미가 슬퍼할 것이고 그냥두자니 나비가 너무 불쌍하다.나의 어리석은 잣대로 평가해서 선한 쪽을 택하기로 해보았다.
해외여행 길에 오를 때면 항상 여보 셋을 챙겨 떠나야 한다. 여행 경비부터 수속 절차와 보따리, 심지어 여권 만료일도 남편은 모른다. 다만 여행 날짜가 잡혔다고 하면 "나도 갈겨!" 한 마디면 그만이다. 혼자 떠나면 간편한 짐을 꾸릴 수도 있는데 꼭 따라 붙는 남편 때문에 두 배가 힘든 게 아니라 세 배가 힘이 든다.여행 경비도 무리이거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치르는 행사가 있다. 바로 철따라 바뀌는 옷들을 정리하는 일이다. 예외 없이 이번 여름철에도 옷 정리를 하다 보니 버리기 아까워서 넣어두고 또 넣어둔 옷들이 태반이다. 박스에 메모지를 붙인 다음 장롱위에 계절별로 정리를 한다. 키가 작은 탓도 있지만 장롱이 높기 때문에 의자를 이용하게 된다. 의자를 밟고 올라가 박스를 얹으려면 요령이 필
우리가 언제부터 그렇게도 부유하게 살게 되었단 말인가. 말짱한 옷가지들이 쓰레기통에 벌어지는가 하면, 거의 신품과 다름없는 가구나 가전제품들이 유행에 뒤진 것들이라고 마구 버려지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올이 조금 풀린 양말이나 스타킹들도 가차 없이 폐기처분되고 마는 세상이고 보면, 해진 양말짝을 들고 바늘로 꿰매 신던 그 시절은 아득한 신화로만
대부분의 여인들이 부부간에 풀지못한 응어리 하나씩을 가슴에 맷돌짝 얹어 놓은 것처럼 안고 살아 갈 것이다. 우리 내외도 예외는 아니다. 부부싸움을 한다거나 나에게 화를 낼 일이 생기면 남편은 안거를 했다. 남편의 이런 행동을 나는 안거가 아니라 불안거라고 이름지었다.왜냐하면 아내를 불안하게 하는 행동이며 남편은 안거일지 몰라도 나에겐 완전 불안거다. 한 번
여기는 친구네 비닐하우스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연초록의 실파와 부추 모가 가지런히 누워있다. 한 낮이라 그런지 하우스안의 온도는 초여름을 방불케 했다. 시원스레 물을 뿌려주고 밖으로 나오니 기온이 하우스안과 전혀 다르다. 친구 차를 타고 달리면서 바라본 바깥풍경은 봄이라고 하기에는 이르지만 샛노란 개나리를 보며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친구는 매일 이 길을
지난 겨울의 혹독한 추위에도 불구하고 마당가에 꽃들이 하나둘씩 피어난다. 마당 건너 앞산에는 벌써 개나리와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유난히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핀 꽃이라 그런지 더 화려하고 곱다. 다른 지역에는 벚꽃이 만발하여 축제를 한다고 야단인데 우리집 벚나무는 아직도 봉오리를 오무리고 있다. 마당가에는 연산홍이며 산당화, 꽃사과, 장미 ,홍매실,앵두나
꽃피는 사월이 가고 신록의 계절 오월이 왔다. 온 산하가 보기만 해도 아름다운 미소가 번지는 연둣빛 세상이다. 오월의 달력에는 무수한 기념일이 도배되어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이 모여 있다. 그래서 오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한다. 그런데 진정한 가정의 소중함을 실천하기보다 형식적인 행사가 판친다. 지자체나 각종단체에서 어
읍내까지는 걸어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시내버스도 다니지만 자동차로 다니는 것이 사치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가다가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도 동승시켜 가면 조금은 덜 사치한 기분이다. 오늘도 노인 두 분을 태워 드렸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천원을 주기에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나는 버스 기다리는 사람이나 걸어가는 사람들을 잘
1950년생을 중심으로 앞뒤로 10년 안에 태어난 사람들을 나는 소용돌이 세대라고 부른다. 요즈음 흔히 말하는 베이비부머 샌드위치세대(1955~1961년생)와는 좀 다른 얘기다. 샌드위치세대란 부모부양 마지막 세대 ,자식에게 부모 대접 못 받는 첫 세대를 말한다. 거기다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여든, 아흔 살까지 살아야 할 자신의 미래를 환갑이 훨씬